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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장被殺 치밀한 계획범행.은폐기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철저한 인면수심(人面獸心)의 패륜범죄였다.
대학교수인 큰아들 김성복(金成福.41)씨가 부친을 살해한후 보여준 침착함.대담함과 철저한 은폐기도는 『도대체 인간의 탈을쓰고 어떻게 그런 일을…』이라는 자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번 사건은 사회 지도층인 대학교수가 친아버지를 철저한 사전계획아래 범행했다는 점에서 사회전체를 더 큰 충격과 경악으로 몰아가고 있다.
부모를 모두 살해한 박한상(朴漢相)군 사건의 경우 朴군이 나이가 어리고 미국 유학생활을 통해 심신이 피폐해진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이어서 이번 사건의 죄질이 더욱 악랄하다는 지적이다.
경찰은 당초 사건현장 검증을 통해 큰아들 성복씨의 진술이 앞뒤가 맞지않는다는 사실을 확인,긴급 구속영장을 발부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성복씨는 『나를 의심하는 모양인데 자진해서 조사를받을테니 쓸데없이 긴급 구속영장을 신청할 필요가 없다』며 태연자약했다.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경찰관은 『태도가 너무 당당해 도저히 범인이라고 생각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진술이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경찰이 추궁하자 『변호사를부르기 전에는 말을 안하겠다』『아버지를 잃은 사람에게 이렇게 대우해도 되는 거냐』며 완강히 부인했다.
金씨는 병원 영안실에서도 「두꺼운 얼굴」을 보였다.
서울대병원 영안실 직원은『어머니는 여러차례 기절하고 가족 모두가 슬픔에 잠겨 있는데 큰아들은 남의 상가에 온 듯이 행동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을 가장 놀라게 한 건 그의 범행수법이었다.범인은금용학원 이사장 김형진(金衡鎭)씨의 목을 칼로 찌른뒤 비틀어 대동맥을 끊어버렸고 숨질때까지 손으로 목을 조른 흔적도 발견됐다. 큰아들을 의심하던 경찰도 『전문가 수법이다.아들이라면 도저히 아버지를 그렇게 죽일 수 없다』고 수사방향을 바꿨을 정도였다.범행은폐 공작도 혀를 차게할 정도였다.그는 범행당일 학교동료교수 3명과 함께 집 옆에서 술을 마시다 『옷을 갈아입고 오겠다』며 자리를 떴다.
알리바이를 조작하기 위해 철저히 계산된 행동이었다.
외부범죄를 위장하기 위해 5층의 비상계단 철문을 미리 열어놓고 어머니에게 『아버지가 주무시느냐』고 확인한뒤 소변을 보는 척하며 안방 화장실에 들어가 창문을 미리 떼어놓은 점등은 범행준비의 치밀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는 어머니가 거실에서 TV를 보는 사이 아버지를 살해하고 태연히 자기방으로 돌아갔다.
〈金鍾赫.金俊賢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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