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자식마저 두려워 해야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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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제는 자식마저도 두려워 해야 하는가.「자식」이 또 한번 모든 어버이들의 가슴에 깊이 칼을 꽂았다.박한상(朴漢相)군 사건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사람들은 경찰의 발표가 차라리 잘못된것이기를 바라는 심정일 것이다.
돈이란게 과연 무엇일까.부모와 자식간도 금전앞에서는 한낱 냉정한 이해타산의 관계에 지나지 않는 것인가.참담한 느낌부터 앞서는 오늘이다.
충격을 더하게 하는 것은 아버지의 살해가 우발적인 것도 아니고,미리 치밀히 계획된 것이었다는 점이다.경찰에 따르면 혐의자인 아들은 범행 이틀전에 이미 결심을 하고 범행에 쓸 옷과 칼을 준비하는 한편 목욕탕 창문을 통해 침입하는등 완전범죄까지 노렸다.범행후에는 문상객들의 위로를 받으면서 태연히 장례식까지치렀다.범죄영화의 스토리 같기만한 이런 일련의 사건내용이 바로눈앞의 현실인 세태에 우리들은 살고 있다.
더구나 아들의 직업은 다른 것도 아닌 대학교수였다.박한상군 사건은 아직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나이니까 하고 애써 변명과 위로를 찾을 수도 있다 하겠지만 이번과 같은 경우에는 과연 그 무엇으로 변명을 삼을 수 있을 것인가.
지성(知性)의 허망함을 새삼 느낀다.인간이 물질적 욕구앞에 얼마나 쉽게 나약해질 수 있는 존재인가 하는 것을 재확인하게 된다.밥상머리에서 이 사건이 화제에 오르면 우리는 자식에게 무슨 말을 할 것인가.입에 올리고도 싶지 않은 사건 이긴 하지만이제 각자는 이 사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가다듬고 자식에게 해줄 말을 준비해야 할 것같다.따지고 보면 그것은 자식에 대한타이름이 아니라 자신도 모르게 물신(物神)주의에 젖은 스스로에대한 타이름일 것이다.
그러나 절망하거나 비관하지만은 말자.우리들이 충격을 받는 정도만큼 우리들의 삶은 그만큼 건강한 것이 아니겠는가.거기에서 희망을 찾고 믿음을 갖자.역시 모든 것의 출발점은 가정이다.물질이 삶의 조건이긴 하지만 결코 그것이 삶의 전부 일 수도,목표일 수도 없다는 점을 자식들에게 심어줄 수 있다면 우리들의 삶도,사회도 살 맛나는 것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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