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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믹 패러디 붐은 소재빈곤 탓-TV서 남발 무엇때문인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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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기존 인기드라마나 영화,또는 오락.교양물을 우스꽝스럽게 모방해 웃음을 자아내려는 코믹 패러디(Parody)프로가 만발하고있다. 『모래시계』윤혜린(고현정扮)과 백재희(이정재扮)의 「침묵의 교감」이 개그맨 이영자와 여일홍에 의해 희화화된다(SBS『기쁜 우리 토요일』).
『원초적 본능』의 샤론 스톤은『시험 다글러쓰(다 글렀어)』라는「덩달이 시리즈」를 해가며 상대 마이클 더글러스와 함께 웃음의 대상으로 변신한다(SBS『좋은 친구들』).
MBC『일요일 일요일밤에』의「낯선 시간속으로」「시네마천국」등에서 시작된 코믹 패러디는 최근『모래시계』를 패러디한 『기쁜 우리 토요일』의「모래시계 2」를 즈음해 만개한 상황.
영화를 패러디한『좋은 친구들』의「할리우드 통신」등에 이어『TV최강전』(SBS)에선 아예「패러디 패러디」란 코너가 고정 편성됐다. 인기드라마.영화는 물론 코미디物까지도 패러디로 다시 꾸며지고 있다.서세원이 스튜어디스로 등장하는 KBS『폭소대작전』의「날아라 비행소녀」는 이영자가 차장으로 나오는『기쁜 우리 토요일』의「영자의 전성시대」를 패러디하고 있다.꼬마스타 노희지의 출세작인 EBS『꼬마요리사』도 예외없이 SBS의「도전 꼬마요리사」에서 코믹하게 재현되고 있다.
내용의 패러디뿐 아니라 「카피 커피 해피」「할미꽃당신」「칠수와 만수」등 연상효과를 노린 타이틀 패러디도 붐을 이루고 있다. 이같은 코믹패러디 붐은 일단 모방의 대상인 영화.드라마등 대중문화전반의 수용이 크게 늘면서 「공감대」를 느낄 수있는 층이 늘어난 데 따른 것.드라마.영화장면을 기억하고 있는,즉 웃을 준비가 된 시청자의 확대를 방송이 포착한 셈이다 .
방송개발원의 조항제박사는『기존 드라마.영화의 진지함에 중압감을 느낀 시청자에게 카타르시스를 해주는 측면도 인정할 수 있다』며 긍정적 측면을 찾아보고 있다.
그러나 코믹 패러디의 근본요인은 『아이디어.소재 빈곤때문』이라는게 방송현장의 공통된 고백.
MBC의 한 중견간부는『이미 알고 있는 소재를 코믹 모방하는만큼 제작이 쉽고 시청률을 유지할 수 있다』『인권침해 잡음이 있던「몰래카메라」류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와함께『아이디어 한계에 부딪친 코미디가 비교적 손쉬운 드라마에 기생하려는 현상』『슬랩스틱(과장된 액션)류 출연을 거부하는 스타를 코미디에 끌어들이기 쉬운 장점』등도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코믹 패러디의「남발」은 무엇보다 기존영화.드라마를 통해 시청자가 가졌던 진지한 인식을 탈색시키고 오락일변도의 경향을 가속시킬 우려를 안고 있어 보다 신중한 접근이 요구되고 있다. 崔 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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