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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전북다이노스 닮은꼴 두선수-이경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8면

신생 프로축구단 전북다이노스에는 사이비(?)쌍둥이 선수가있다. 이경춘(25)과 정경구(24).얼굴 생김새가 너무 흡사해동료들도헛갈리기 일쑤일 뿐만아니라 선수로서의 인생유전도 비슷해 프로축구계에 잔잔한 화제가 되고있다.
임의지명선수로 대우입단→2년만에 방출→신생팀 전북버팔로 입단→대표선수 발탁→전북버팔로 해체→신생팀 전북다이노스 입단.
이경춘은 최근에야 비로소 아빠노릇을 했다.
돌을 넘긴지 3개월밖에 안된 딸 재원이가 갑자기 장이 뒤틀려두차례나 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만약 지난해였다면 1백만원의 수술비 걱정이 앞섰을 겁니다.
』 李의 지난해 연봉은 1천4백40만원.그나마 전북버팔로의 경영난으로 월급지급이 안돼 처가신세를 져야했다.
『너무 부끄러워 축구를 때려치고 장사나 할까 생각했습니다.』92년 대우에 입단하면서 받은 돈은 계약금 2천만원에 연봉 1천2백만원.임의지명 선수치고는 형편없는 대우였다.
없는 살림에 「설상가상」으로 결혼 1년만에 쌍둥이 자매를 낳았다.게다가 세상을 갓 본 쌍둥이에게 준 선물(?)은 「방출」이라는 선수로선 참기 힘든 수모였다.가까스로 전북버팔로에 입단한 李는 이를 악 다물었고 지난해 8월 전북선수중 유일하게 대표선수로 발탁됐다.李로서도 첫 태극마크.
그러나 전북버팔로가 해체되는 아픔을 겪었고 여러구단에서 손짓이 있었지만 고향(전북 장수)팀에 남기로했다.
계약금 1억원에 연봉 3천6백만원.가난한 농가출신인 李가 축구를 시작한지 10여년만에 아빠노릇을 제대로 하게 해준 목돈이었다.

<신성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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