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전시회를 전시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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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지난달 말 파리 15구에 있는 대형 전시회장인 포르트 베르사유.

이른 아침부터 주변 지하철역·카페·전차역 등이 수천 명의 외국인들로 북적거렸다. 파리의 겨울철은 관광 비수기다. 그런데도 관광객들이 붐빈 것은 이곳에서 ‘프레타 포르테’ ‘후즈 넥스트’ ‘세계 란제리쇼’ 등이 동시에 열렸기 때문이다. 한 해 패션의 트렌드를 미리 볼 수 있어서 전 세계 패션업계 관계자와 모델, 기자, 일반 관람객 등이 대거 찾아온 것이다. 이탈리아·영국 등 유럽에서부터 한국·일본·중국 등 아시아·미국까지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전시회는 대규모 산업”=파리는 흔히 관광도시로만 알려져 있지만 비즈니스 때문에 찾아오는 외국인들도 꽤 많다. 파리 상공회의소(CCIP)에 따르면 파리 권역 10개 대형 전시회장에서 열리는 상업 전시회, 쇼 등은 연간 300여 건을 넘는다. 프랑스 전체로는 2006년 39개 전시장에서 1223건이 열렸다. 참가 인원은 공식 집계로만 연간 350만 명. 순수하게 전시회 등에서 발생하는 매출액만 따져도 1억 유로(약 1400억원)에 이른다. 이 밖에 전시회장을 활용한 각종 국제회의와 대규모 강연회, 기타 행사까지 포함하면 연간 방문 인원은 800만 명에 달한다. 전시장의 전체 매출은 2억3480만 유로(약 3287억원). 지난해의 ‘여수 박람회 유치 낭보’도 파리의 대형 전시장인 ‘팔레 데 콩그레’에서 결정됐다. 대형 전시장 이외에 소규모 전시장까지 합치면 관람객은 1000만 명을 넘는다.

전국에서 매일 평균 세 건 이상 열리는 전시회의 경제 효과는 따지기 힘들 정도다. 호텔과 항공편·음식업 등 관광업이 모두 비수기를 모르고 연중 장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각종 전시회는 주로 성수기를 피해 1∼4월과 9∼11월에 집중되기 때문에 관광업계로선 더없이 반가운 손님이다. 최근 프랑스 관광업계 분석에 따르면 단순 관광객은 하루에 208유로를 쓰는 반면 출장 온 손님들은 265유로를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시회 방문객의 씀씀이가 20% 이상 더 많은 것이다. 파리 상공회의소 홍보 담당 플로랑스 뮈스카데는 “파리의 전시회는 대규모 산업”이라고 설명했다.

◇유럽의 전시회 유치 경쟁=프랑스의 전시회 종류는 패션부터 환경·에너지, 항공과학, 농업, 와인, 모터쇼 등 다양하다. 이 덕분에 파리에는 1년 내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몰린다. 이런 프랑스가 최근 이를 더 키우기 위한 장기계획을 내놓았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경제장관은 “유럽 주변국이 이 분야에 집중 투자하고 있으며 특히 이탈리아의 밀라노와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영국의 버밍엄 등이 최근 급부상했기 때문에 프랑스도 전시회 개최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샤를 드골 공항 부근 빌펭트 전시장을 3만6000㎡ 늘리는 등 시설을 개선키로 했다.

파리=전진배 특파원

◇프랑스 개최 대형 전시회 규모

*2006년 기준

-전시회장:39개(파리 부근 10개)

-연간 횟수:1223건(파리 300여 건)

-종류:패션, 에너지, 생활용품, 산업기기, 자동차 등

-방문객 수:350만∼400만 명

-매출액:약 1억 유로(1400억원)

※자료:프랑스 박람회전시회협회(FSCF)·파리상공회의소(CCIP)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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