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 질책들은 黃의장-바가지 꾸중에 두문불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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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황낙주(黃珞周)국회의장은 17일 오후 내내 의장공관에서 두문불출했다.점심식사후 곧바로 공관으로 갔다.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이날 자신을 심하게 질책했다는 소식을 듣고나서다.
金대통령은 이날 아침 민자당 당무위원들과 조찬을 함께 했다.
이 자리에서 金대통령은 黃의장에 대한 노기(怒氣)를 표출했다.
아마도 黃의장이 통합선거법 협상과정에서 몸을 사렸다고 본것 같다. 金대통령은 누구라고 지칭하지는 않았다.그러나 누구인지 분명히 알수 있게 말했다.
대통령은『헌정중단사태가 벌어졌는데도 책임있는 사람이 한마디 말도 없고 오히려 즐기는듯한 태도를 보인 것은 있을수 없다』고말을 꺼냈다.헌정중단사태란 의장공관 점거를 의미한다.
대통령은 이어『그만큼 웃고 즐겼으면 당분간 거리를 나다니지 말아야 한다는게 내 생각』이라고 말했다.오비이락(烏飛梨落)격으로 黃의장은 이날 오후 공관에 칩거했다.
金대통령은 오후까지도 화가 나있었다고 한다.모 수석이 대통령행사참석 계획을 보고하자 대통령은 혼잣말로 『의장이야 나오든지말든지』라고 했다고 한다.일단 통합선거법 협상의 모든 책임은 黃의장이 뒤집어쓴 것 같다.
黃의장은 그러나 아무 소리하지 않고 있다.대통령의 질책을 받아들이고 있다.그러나 黃의장으로서는 억울한 측면도 있다.
黃의장은 야당의원들이 공관으로 쳐들어올때까지 여권 관계자로부터 단한번의 연락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관례대로라면 이미 수차례 대책회의를 가졌어야 했다.그래서 몸을 피하는게 순서였다.그러나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더군다나 민자당은 黃의장에게 의장공관에서 강행처리를 하라고 요구했다.黃의장은 그것만큼은 재고를 요청했다.국회법상 의장공관은 국회내다.시비는 있겠으나 법적으론 문제되지 않는다.
그러나 공관에서 날치기를 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문민정부의 성격과는 더더욱 맞지 않는다.
黃의장이 침묵했다는 것도 사실과는 다르다.黃의장은 연일 야당의 의장공관 점거를 비난했다.퇴거도 요구했다.탈출도 시도했다.
다만 黃의장은 기초선거 공천배제의 당위성은 역설하지 않았다.
그에 대한 의장의 소신을 밝힌 적은 없다.그러나 의장으로서 그럴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또 黃의장은 강행처리하지 않겠다는 말을 여러번 했다.그것이 대야 협상에 지장을 초래했다는 것이 민자당측 주장이다.그러나 黃의장측은 교란전술이라 고 주장한다.
사실 해명을 하려들자면 한둘이 아니다.그러나 黃의장은 당분간근신할 참이다.거리를 나다니지 않을 생각인것 같다.18일에도 국회본회의가 끝나자 그는 곧바로 공관으로 돌아갔다.
〈李年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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