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무협물로 시청률경쟁 "맞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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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포청천』붐을 타고 방송3社가 잇따라 중국무협물 수입에 나서안방극장이 값싼 중국수입프로에 대거 잠식될 우려의 소리가 높다. KBS-2TV가 지난해부터 방송중인 『판관 포청천』의 성공에 자극받은 SBS가 2월부터 『칠협오의』를 맞수입한데 이어 MBC마저 다음달부터 중국무협물 방송을 추진하고있어 3개 채널모두가 중국무협물에 장악될 형국이다.
MBC측은 시청률 30%대의 인기단막극 『종합병원』이 『칠협오의』에 밀려 시청률이 20%밑으로 추락하는등 타격을 입자 4월개편을 전후해 중국무협물 편성을 심각히 검토중이다.수입대상프로는 대만의 중국전시(電視)공사가 제작.방송중인 『황비홍여십삼제』를 비롯,중국무협물 10여편중에서 택일될 것으로 알려졌다.
MBC측은 『아직까지 검토단계이나 중국무협물 바람이 더욱 거세질 경우 수입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그 경우 두 선발프로와는시대배경.내용이 다른 프로로 획일화 를 막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방송3社의 중국무협물 수입붐은 『기존 외화에 식상한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제공한다』는 초기의 방송의도와 달리 엇비슷한 내용의 값싼 수입물로 제각기 시청자를 붙잡으려는 저질경쟁의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가을 중국무협물로는 처음 국내방송에 고정편성된 『판관포청천』은 미국산 외화시리즈가 판치던 브라운관에 동양적 정서와액션등 신선한 재미와 부패척결의 교훈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긍정적 반응을 받았다.
그러나 이때문에 동시간대 간판프로 『영화특급』이 타격을 입은SBS와 『칠협오의』에 손님을 뺏긴 MBC가 각각 국산프로개발보다는 중국무협물수입으로 맞불작전에 나서자 시청자들은 프로그램획일화로 인한 볼권리 침해는 물론 국산프로 입 지약화와 과당수입경쟁으로 인한 외화낭비를 우려하고 있다.
『포청천』의 속편격인 『칠협오의』는 액션만 강화됐을뿐 단순 권선징악구도는 전편과 차이가 없으며 MBC가 수입검토중인 무협물들도 시대만 다를 뿐 선악을 양분한 단순구조는 동일하다.두 프로는 50분짜리 1편당 가격이 3천달러(약 2백 40만원)선으로 같은 분량의 국산드라마보다 훨씬 싸 별 문제없이 수입됐으나 앞으로 국내방송사간 수입경쟁이 가열되면 가격상승은 불을보듯뻔하다. YMCA 백미숙간사는 『국교생들이 주제가를 암송할만큼인기가 높은 중국무협물이 채널마다 쏟아질 경우 어린이들에게 이분법적인 단순한 세계관과 폭력미화의식을 안겨줄 우려가 크다』며『다양한 시청수요를 만족시킨다는 점에서 중국산 프로 방송에는 이견이 없으나 방송3社가 겹치기로 비슷한 무협물을 수입하는 것은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姜贊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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