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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한국 가방 파리를 누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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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한국 가방이 파리지엔의 눈길을 잡았다. 지난달 19일(현지시간) 파리 프렝탕백화점 1층 명품관.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리자 한 매장에서 낯익은 상표가 눈에 띈다.

'톰보이 위즈'.

톰보이라는 국내 첫 캐주얼 상표로 국내 패션을 이끌어온 성도(대표 최형석)가 지난 2월 11일 파리에 마련한 4.5평 남짓의 가방 전문 매장이다. 소니아 리켈.버버리.랑셀 등 세계적 가방 브랜드와 겨루는 첫 한국 브랜드로 당당히 독립매장을 차지한 것이다.

고객 반응도 좋은 편이다.

매장을 지나치는 많은 여성이 가방을 만져보고 들어본다. 어떤 이는 두세개를 들고 거울에 모습을 비춰보기도 한다. 가방을 유심히 살피는 건 젊은 여성뿐이 아니다.

40~50대 중년여성부터 머리가 하얀 할머니까지 관심을 보낸다. 대부분 가방 가격은 40~50유로( 6만~7만5000원).

"처음엔 설마 했죠. 우리 제품이 패션 본고장 파리에서 과연 버터낼 수 있을까."

채희정 톰보이 사업본부 이사는 그러나 지난 1월 열린 파리 프레타 포르테(기성품 전시회)에서 그 가능성을 봤다고 말한다.

다른 외국업체 부스는 발길이 뜸한 반면 톰보이 위즈 부스엔 바이어의 발길이 계속 이어진 것.

" 기대 밖 호응에 동료들도 많이 놀랐습니다. 어떤 이는 자기 얼굴을 꼬집어보기도 했죠. 혹시 꿈이 아니냐고 말이죠."

다소 거친 느낌의 지퍼에 길게 늘어뜨린 리본. 너무 솔직하게 돌출된 수납공간.그러나 그 과감한 '실용성'이 먹혀든 것이다. 브랜드나 가격보다 디자인을 먼저 따지는 파리 여성들의 패션감각과 딱 맞아떨어진 것이다.

제품 생산을 총괄하는 벨몽테코리아 이상열 사장도 이에 동의한다.

"톰보이 위즈의 성공은 벤치마킹의 결과입니다. 가방을 필요로 하는 여성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든 경우의 수를 따져가며 제품을 수정하고 또 수정했죠. 또 고가의 명품 가방과 저가 제품 사이의 틈새를 공략한 것도 적중했습니다."

성도는 파리 시장의 좋은 반응을 발판으로 유럽 전역으로 시장을 넓힐 계획이다. 이미 스페인의 대형 백화점 엘크로테인그레스와도 입점 계약을 마쳤다. 다음달부터 스페인 전국에 퍼져있는 이 백화점의 60개 매장에 제품을 공급한다. 연내 벨기에.스위스 등지에도 가방 전문 매장을 열 계획이다.

최형석 사장은 "우리 디자인, 우리 상표로 유럽 시장에서 인정받았다는 것이 기쁘다"며 "현재 250만유로어치의 봄철 물량을 확보했으며, 앞으로 가을.겨울 상품을 수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도는 당분간 가방 판매에만 주력하다 시장 상황을 보면서 의류 등으로 품목을 확대할 계획이다.

"저희 회사는 매일.매주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어냅니다. 결코 하나의 디자인으로 한 계절을 버티는 기존 브랜드와는 차별화를 원합니다. 더 색다르고 다양한 제품으로 세계 시장을 노크할 계획입니다." 성도의 세계 시장 전략이 가방에서 여성복.신사복으로 확장되는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파리=서회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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