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의 야후 인수 성사되면 … 합쳐도 구글엔 못 당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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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호 30면

꼭 10년 전인 1998년 2월 2일 마이크로소프트(MS)는 독자적으로 인터넷 포털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운영체제(OS) 시장 독점을 발판으로 야후가 장악하던 포털시장마저 거머쥐려는 야망이었다. 그 결과 MSN이 탄생했다. 하지만 꿈은 이뤄지지 않았다. 야후는 물론, 나중에 등장한 구글에 사정없이 밀렸다.

2008년 2월 1일 MS는 또다시 비장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글로벌 포털의 지존인 구글을 공격하기 위해 야후를 인수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현재 구글은 미 포털시장의 56.3%를 장악하고 있다. 야후가 17.7%, MSN이 13.8% 순이다.

MS는 이런 판도를 단숨에 흔들기 위해 446억 달러(약 42조원)를 베팅했다. 정보기술(IT) 업계 인수합병(M&A)에서 역대 최고 금액이다. 이전까진 컴퓨터 제작업체인 미국 휼렛패커드가 컴팩을 사들이면서 준 176억 달러(약 17조원)가 최고였다.

교감 없는 청혼

MS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발머는 지난 1일 직접 서류 하나를 꼼꼼히 다듬었다. 설립자 빌 게이츠 등 주요 주주들과 이미 얘기를 끝낸 야후 인수제안서였다. 하지만 야후 측과의 사전 교감은 없었다. 사실상 적대적 M&A인 셈이다.

그럼에도 월스트리트 전문가들은 야후가 MS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을 조심스레 내놓고 있다. 절대 강자인 구글에 밀려 고전 중인 야후로선 달리 뾰족한 수가 없기 때문이다. 야후 설립자 겸 CEO인 제리 양은 요즘 주주들에게 시달리고 있다.

구글에 대항하는 전략과 전술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급기야 최근 1000명 감원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발머의 제안을 받은 야후 경영진은 “주주의 장기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관점에서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원론적이기는 하지만 인수 대상으로 지목된 회사의 첫 반응치곤 사뭇 긍정적이다.
 
비장의 승부수
MS도 최근 2년 동안 구글에 시달렸다.

구글은 2004년 8월 증시에 상장하며 막대한 ‘실탄’을 마련했다. 이를 밑천으로 사업 범위를 전방위로 확대했다. 검색과 온라인 광고뿐만 아니라 웹브라우저, e-메일, 문서작성 프로그램 등을 개발해 MS의 심기를 건드렸다. 심지어 소스코드를 공개한 운영체제마저 내놓았다. MS의 자존심인 윈도에 도전한 것이다.

M&A 시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MS와 구글이 격돌한 더블클릭 인수전은 구글의 승리로 끝났다. IT업계의 최대 잠재시장인 이동전화 포털 분야에서도 구글의 공세가 한창이다. 이동통신업체들과의 제휴는 물론 휴대전화용 무선주파수 확보에까지 나서고 있다.

실리콘밸리 IT마케팅 전문가인 레기나 매키너는 “MS 비즈니스 모델은 구글과 견줘 구식”이라며 “MS가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상당 기간 고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MS의 야후 인수가 비장의 승부수로 해석되는 이유다.

산적한 걸림돌

MS가 야후를 인수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걸림돌을 제거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독점 논란과 통합 문제다.

독점 논란은 이미 불거졌다. 미 법무부는 인수 제안이 공개된 직후 이례적으로 성명을 발표해 “시장의 자유로운 경쟁을 침해하는지 여부를 면밀히 살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평소 반(反)MS 움직임을 보여온 민주당 상원의원 허브 콜(위스콘신) 같은 의원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인터넷 사용자의 권리를 침해할지 여부도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러 차례 독점 시비와 소송에 시달린 MS로선 달갑지 않은 견제가 이미 시작된 셈이다.

MS에도 믿는 구석이 있다. 미국 공정거래 당국은 지난해 12월 구글의 더블클릭 인수를 승인했다. MS에 유리한 선례가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승인했다고 일이 다 끝나는 것은 아니다. 유럽연합(EU)도 승인해야 세계 시장에서 제대로 영업할 수 있다.

IT 전문가들은 MS와 야후가 법적으로 하나가 되더라도 제대로 시너지효과를 내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야후와 MSN의 인력 규모와 구조가 비슷한 상황에서 정리해고 없이는 노동비용 상승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합병 이후 정리해고를 하자니 두 회사 직원들 사이에 감정의 골이 깊어질 가능성이 있다.

구글을 제칠까

MS가 야후 인수 뒤에 구글을 제치고 인터넷 포털 1위가 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다소 회의적이다. 기존과는 다른 비즈니스 모델 없이 덩치만 불려서는 1위 업체를 능가할 수 없는 게 인터넷 포털의 속성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구글이 포털을 제패하기 전 알타비스타 등 다양한 검색과 포털 업체가 합종연횡하며 야후의 아성에 도전했다. 하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야후를 능가하는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 탓으로 풀이된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2일자 사설에서 “알타비스타 등과 마찬가지로 MS와 야후도 지금까지 구글을 능가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했다”며 “두 회사가 합친다고 구글보다 경쟁력이 높아질 것 같지 않다”고 평가했다.

반면 씨티그룹의 IT 애널리스트인 브렌트 틸은 “MS의 야후 인수가 성사되면 구글에 시장이 빼앗기는 흐름을 일단 멈추게 할 수 있다”며 “그런 뒤에 변화를 추진하면 성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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