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점 전성시대 다국적거대기업化-월마트.JC페니등 급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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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소매점(小賣店)이 전성시대를 맞았다.
2차대전 이후 자유시장경제의 성숙과 개인 가처분소득 증가에 힘입어 급성장해 온 소매업은 최근「가격파괴」라는 새로운 판매행태를 등장시키면서 거대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할인점체인인 미국 월마트社는 이미 웬만한 제조업체의 외형을 크게 뛰어 넘어「구멍가게」「잡화점」과 같은 표현을옛말로 만들고 있다.식료품.가정용품 메이커나 도매상에 예속돼온소매점이 금세기 후반 들어 거꾸로 이들을 조종 하는 존재로 커버렸다. 영국 이코노미스트誌 최근호는 황금기를 구가하고 있는 다국적 할인소매업체 현황에 관한 특집을 꾸몄다.
월마트가 작년 한해 전세계적으로 벌어들인 돈은 67억달러로 국내 4위였고 올해 매출도 1백억달러 가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창사 이후 연평균 25%라는 신화적(神話的)성장을 거듭해왔고 이런 속도라면 2000년대 미국 최대기업이 될 것이 확실하다. 공룡같은 크기를 뽐내는 소매체인은 월마트 말고도 수두룩하다. 미국의 경우 중류 백화점체인인 JC페니 매장에는 50개국상품이 진열돼 있고 삭스는 아메리칸에어라인(AA)의 두번째 큰화물주다.독일 메트로.프랑스카레포등 유럽의 6대 식품소매체인보다 매출이 많은 식품메이커는 네슬레와 유니레버뿐이 다.
소매점의 급성장은 2차대전후 자본주의 경제의 장기호황과 넉넉한 쇼핑을 뒷받침해주는 개인가처분소득의 증가 덕택이다.그러나 특히 80년대 이후 소매업의 비약적 성장은 정보통신의 급속한 도입이라는 사실을 통해서만 설명될 수 있다.
전세계 수백.수천개 체인점에서 어떤 물건이 얼마나 팔렸는지가시시각각 체크된다.소비자들의 기호가 매일매일 파악되고 재고가 오래 쌓이지 않게 물건을 들여올 수 있게 됐다.
소매점의「경제적 지위」도 따라서 높아졌다.소비자를 직접 상대한다는 이점을 최대한 활용해 메이커나 도매업체들을 좌지우지하는소매체인들이 다수 생겨나고 있다.
『이러이러한 물건 아니면 안받겠다』『제품포장지에 체인점 이름을 새겨달라』는등 주문사항도 까다로워지고 있다.과거엔 우월한 위치의 제조업체가 재고부담을 줄이기 위해「밀어내기」출하를 일삼았지만 이제는 소매체인측이「끌어당기기」식으로 물건 을 받고 있다.재고문제는 점차 매장이 아니라 메이커의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미로(迷路)처럼 복잡한 구조를 지니고 있는 일본 유통체계에서도 소매점들이 중간단계를 거치지 않고 메이커를 직접 상대하는일이 늘고 있다.
최근 2년간 국제적으로 주요 식품.음료.가정용품 메이커들이 도산.감원.합병 등 대규모 구조개편 홍역을 치른 것도 첨단 노하우와 정보력으로 무장한 월마트.마크로.카레포등 다국적 거대소매체인들의「반란」의 여파로 해석되기도 한다.
메이커의 오랜 권도(權道)였던 가격책정문제도 소매점으로 권한이 이양되는 추세다.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프라이스클럽은 제품포장지에 새겨진 희망소비자가격을 무시하고 있다.
洪承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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