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눈 폭탄’ … 세계 경제가 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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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폭설 사태의 여파로 중국 경제가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전력과 원자재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가동 중단하는 공장이 속출하고, 일부 원자재 가격은 급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해 중국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은 지난달 31일 산시성의 석탄 탄광을 방문해 직접 생산과 수송을 점검하는 등 중국 지도부는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

21일째 계속되는 폭설로 이재민 수가 1억 명을 넘었다. 춘절(春節·설)이 가까워지면서 전국 역과 터미널 등에는 귀성객들이 몰려 부상자도 속출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1일 폭설 사태로 인한 경제적 피해를 430억 위안(약 5조6500억원)으로 추산했다. 이와 관련, 우리 정부는 후 주석에게 노무현 대통령 명의의 위로 전문을 보내고 중국에 인도적 지원금 10만 달러(약 9500만원)를 전달할 예정이라고 1일 밝혔다. 중국 내 한국 기업들도 중국의 어려움을 돕기 위해 모금 운동에 들어갔다.

그러나 폭설이 계속될 것으로 예보돼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중국중앙기상대는 1일부터 3~4일 동안 폭설이 중부와 남부 지역에 또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가동 중단 공장 속출=일본의 도요타 자동차 중국본부는 지난달 31일 중국 내 공장 일부 라인의 가동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전력이 부족하고, 자동차 부품이 제때 조달되지 않아서다. 도요타 측은 “광둥(廣東) 지역과 상하이(上海) 지역의 교통이 마비되면서 부품조달이 안 돼 지금까지 1650대 자동차 생산에 차질을 빚었다”고 밝혔다. 일본 소니도 일부 제품 라인이 정상 가동되지 않아 피해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소니 측은 “이 사태가 조금만 더 지속되면 중국산 제품의 해외 수출과 세계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교통 마비로 중국 전력 생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화력발전소에 석탄이 공급되지 않아 전력난도 심각하다. 중국전력감독회는 지난달 31일 전국 86개 주요 화력발전소의 석탄 재고량이 엿새 사용량(2119만t)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광둥성의 경우 최근 일주일 사이 공급 전력량이 하루 600만㎾ 줄었다. 이 때문에 광둥성 내 최대 산업단지인 둥관(東莞)은 이미 하루 200만㎾의 전력이 부족해 수백 개 업체가 정상 가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베이징의 일부 지역에서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양초가 공급되고 있다고 CCTV가 전했다.

◇원자재 가격 급등=장쑤(江蘇)성에선 아연 거래 가격이 최근 사흘 동안 6%나 올랐다. 또 구리와 납·알루미늄 가격도 3%이상 올랐으나 공급이 부족해 구하기도 어려운 상태다. 폭설 사태로 구이저우와 쓰촨(四川)·후난(湖南)·장시(江西)·안후이(安徽)성에 있는 20여 개 공장들이 지난주 모두 가동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홍콩 도이체방크의 마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앞으로 상당기간 중국의 원자재와 생필품 가격이 급등해 올 중국경제는 물론 세계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공상은행은 이번 사태로 인한 1월 소비자물가지수 인상률을 최근 10년 만에 최고인 7%로 예상했다.

광저우=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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