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은 법정으로 … 총장들은 거리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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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선정과 관련해 청와대와 교육인적자원부가 대립한 가운데 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정보고회에서 김신일 교육부총리가 노무현 대통령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사진=김경빈 기자]

 로스쿨 예비인가 문제를 놓고 청와대와 교육인적자원부가 충돌한 가운데 대학 총장들이 잇따라 거리로 나서고 있다. 소송도 이어질 전망이다. 탈락한 대학은 그들대로, 정원이 적은 대학은 그들대로 소송을 준비 중이다. 청와대와 교육부의 이견은 여전하다. 대학들의 반발과 소송이 이어지면 2009년 3월로 예정된 로스쿨 개원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로스쿨이 우여곡절 끝에 선정한 예비인가 대학 발표를 앞두고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릴레이 시위’=1일 오전 10시 교육부가 있는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 중앙대 박범훈 총장과 100명의 직원이 “로스쿨 정원 50명이 웬 말이냐”고 외치고 있었다. 경남에서 신청했다가 탈락한 영산대 부구욱 총장도 직원 160명과 함께 같은 장소에서 시위를 벌였다. 영산대 부 총장은 “경남에 비해 인구 수가 절반 조금 넘는 전북에는 로스쿨을 두 개나 인가해 주고 경남에는 하나도 없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김신일 부총리의 면담을 요구했다. 부 총장은 “사법시험 합격자 수가 심사의 주요 기준이 됐다는데 이는 대학의 교육 역량을 평가한 게 아니라 학생들이 다닌 고시학원의 역량을 본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오후에는 심사에서 탈락한 선문대(총장 김봉태) 시위대 1000여 명과 단국대 (총장 권기홍)·숙명여대(총장 이경숙) 법대 교수진이 잇따라 교육부를 찾았다. 숙명여대 이경숙 총장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대전 한남대(총장 이상윤)도 이날 상경해 교육부에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동국대가 탈락한 것에 대한 불교계의 반발도 확산되고 있다. 조계종은 2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 조계사 옆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긴급 교구본사 주지회의를 연다. 전국 26곳의 지역 대표 사찰 스님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중앙종회 의장단, 동국대 재단 이사장인 영배 스님과 오영교 총장도 참석한다. 조계종 관계자는 “동국대가 탈락한 것은 불교계 전체의 문제”라며 “개신교·천주교·원불교 관련 대학들이 모두 선정됐는데 불교계 대학만 제외됐다”고 반발했다.

◇법정에 서는 로스쿨=로스쿨에 선정된 대학이나 탈락한 대학 가릴 것 없이 소송을 준비 중이다. 선정된 대학은 입학정원에, 탈락한 대학은 심사 기준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충남 지역에서 신청했다가 탈락한 선문대의 류승훈 로스쿨 추진단장은 “로스쿨 소송을 준비하고 있고 소송 범위를 어디까지 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예비인가에서 50명을 배정받은 중앙대도 소송을 준비 중이다. 중앙대 장재옥 법대학장은 “정보 공개 청구를 통해 모든 평가자료 공개를 요구하고 로스쿨 인원 배정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도 내겠다”고 말했다.

영산대 부구욱 총장<中>과 교직원 등 200여 명이 1일 로스쿨 예비 선정 탈락에 항의하며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변선구 기자]

◇“원안대로 가는 것 변함없다”=청와대와 교육부는 좀처럼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청와대 천호선 대변인은 이날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법학교육위원회의 의견을 존중하지만 법학교육위가 의결기구는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법학교육위의 심의안은 확정된 결과가 아니라는 것이다. 천 대변인은 “경남이 제외된 것은 ‘1광역단체 1개교 원칙’에서 볼 때 보완할 필요가 있다. 경남은 서울·경기도·부산을 제외하면 가장 인구가 많은 광역단체”라며 경남 지역에 로스쿨이 배정돼야 함을 거듭 강조하며 교육부를 재차 압박했다.

비슷한 시간 김신일 부총리는 청와대에서 열린 국정과제 보고회에 앞서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법학교육위의 결정이 존중되는 것이 맞다”며 상반된 입장을 고수했다.

글=배노필·민동기 기자 , 사진=김경빈·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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