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길잡이>2.논술 왜 필요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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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논술시험이 아직 정착되지 않아 학생이나 교사들에게 많은 부담이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그러면 이처럼 수험생들에게 부담을가중하고 있는 논술시험을 왜 꼭 실시해야 하는가.
논술은 무엇보다 지금까지 파편적 지식교육에서 창조적이고 종합적인 사고를 기르는 교육으로 전환하는데 필수적이다.이 때문에 논술을 강화하는 입시정책 방향은 앞으로 뒤집을 수 없는 대세가될 수밖에 없다.
국민대 조원희(경제학과)교수는『영국 대학생 중에 말 못하는 사람을 본적이 없다』고 말한다.이들이 웅변을 잘한다는 것이 아니고 자기 생각을 명확하게 주장하고 그 근거를 논리적으로 제시할 수 있다는 뜻이다.
유럽에서 공부했던 대부분의 유학생들은 비슷한 인상을 받는다.
유럽학생들의 논리적 사고력은 고교교육에서 길러진다.독일에서는 교과서 없이 교사가 준비한 자료를 토대로 토론식 수업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대학입시는 각 나라마다 차이가 있 지만 대체로논술로 치러진다.논술시험은 단편적 지식의 암기가 아니라 자신이가진 지식을 창조적으로 종합할 수 있는 능력을 측정한다.
유럽의 대학수업은 대부분 세미나 혹은 토론식으로 진행된다.여기에서 학생들은 자신의 주장을 개진하고 이를 정당화하는 훈련을한다.그 과정에서 상대의 주장을 신랄하게 논박하기도 한다.이같은 논박을 인격적 공격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물론이다.성적평가도 경우에 따라 구두시험으로 치러지기도 한다.영화『유 콜 잇 러브』에서 소피 마르소가 치르는 시험이 바로 그것이다.유럽학생들은 이같은 교육을 통해 창조적인 지성인으로 길러진다.
이에비해 우리는 어떠한가.우리는 파편적 지식을 암기해 대학에진학한다.대학교육도 대부분 일방적 강의다.토론식 수업에서도 토론은 활발하지 않다.학생들은 자신이 무엇을 주장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주장하는 바가 있는 경우도 그것을 정당화 하는 논변은 없다.이러한 잘못된 교육 때문에 TV에서 진행되는 토론조차 문제의 핵심에서 벗어나 겉돌게 되고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물음에『기분이 좋아요』라는 식의 단세포적인 반응을 보이게 된다.
이런 풍토에서는 창조적인 지식을 생산할 수 없다.이제 우리 사회는 외국 지식의 단편적 모방으로는 더이상 존립하기 어려운 단계가 되었다.지금은 창조적이고 종합적인 지식이 필요한 때다.
논술은 바로 그러한 지식을 가능케 하는 시험형식 중 하나다.
〈다음 회에는「토론,사회를 합리화시킨다」를 싣습니다〉 <김창호 전문기자.哲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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