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후보품질 관리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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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자제후보의 정당공천 여부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여야간의 저급한 정치게임이 끝났다.
많은 국민들은 이번에도 우리 정치권에 대해 또한번 큰 실망과좌절을 느꼈다.
개혁입법을 했다고 자화자찬하며 1년을 가만히 있다가 선거를 불과 몇달 앞에 놓고 선거법을 고치자며 혼란을 야기한 여당이나의장공관을 떼로 몰려가 점거하는 야당 모두 우리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여당도 잘못하고 야당도 잘못했다.이렇게 보자면 양비론(兩非論)이다.그렇지만 대다수의 국민들은 어느 한쪽이 잘못했느냐에 관심이 없다.정치권 전체에 대한 혐오가 이제는 너무나 깊어졌다.
정치권 전체에 대한 단비론(單非論)이다.
세월이 바뀌고 시대는 변해가고 있는데 정치는 계속 제자리 걸음이다. 이제 6월 지방선거가 끝나면 중앙무대뿐 아니라 지방에까지 비슷한 일들이 번져가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지방의원이나 단체장이 지금 중앙무대의 정치인보다 그 자질이 나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어떻게 좋은 인재들을 지방정치권에 충원하느냐에 대해서는 여야누구도 관심이 없다.
정당공천 문제만 해도 그렇다.정당공천이란 사실 일반 국민들은후보 개개인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으니 정당이라는 공식기관이 적절한 공직후보자를 골라 국민에 제시하는 것이다.
국민들은 그 당을 믿고 그 당이 고른 인물에 지지를 보내는 것이다.이러한 충원역할이 정당의 가장 중요한 임무의 하나다.
그러나 정당공천 배제 논란과정에서 어느정당도 이 점에 관심을가지지 않았다.
하기야 우리 정당이 그만한 신뢰를 받고 있느냐도 문제다.벌써부터 입도선매(立稻先賣)니「어느지역은 말뚝만 박아도 당선된다」는 식의 얘기가 오가는 우리 풍토에서 정당이라 하여 제대로 된후보를 공천하리라는 보장도 없다.
사실 우리 정치권이 이 모양으로 머물고 있는 것도 정치권 인력의 수준과 관계가 있다.
과거 개발독재시대에는 정부와 기업이 주역이었으므로 그시대의 사회적 요구에 의해 인재들이 기업이나 행정부등에 몰렸다.정치권은 하나의 주변세력이었다.주변부에 좋은 인재가 모일리 없다.
그러나 시대가 변했다.이제는 민주주의시대다.모든 주요 결정은결국 정치권에 의해 좌우된다.
그러나 정치권엔 개발시대의 연장선상에서 주변부 인물들이 모여있다.대통령도 정치권의 세대교체를 부르짖고 있는데,바로 이러한개발독재시대의 주변부 인물들 대신 중심부 인물들을 넣자는 뜻일것이다.현재 郡단위 조차 1년에 기백억의 예 산을 사용한다.그런데 정치권 주변에서 몇십년을 보냈던 인물들이 과연 관리능력이있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점에서 지방후보에 대한 품질관리를 각 당이 책임지고 맡아야 한다.
일본의 통합야당인 신진당은 최근 정치후보자의 선발시험을 치렀다. 당에서 후보자격을 공표해 여기에 맞는 인물을 합격시킨 것이다. 우리도 최소한 각 당이 지방후보자들에 대한 공천 기준과자격을 발표한 뒤 후보자를 공모해 이 수준에 이른 사람만 지방선거에 내보내도록 하면 어떨까.
***정당서 嚴選책임 최소한 전과자는 아닌지,세금은 제대로 냈는지,도덕적 지탄을 받을 인물은 아닌지 각 정당에서 1차로 걸러주어야 한다.
흔히『어느회사 제품은 믿을 만해』라고 말하듯이 각 당이 이렇게 후보들의 품질관리를 제대로 한다면 머지 않아『그 당이 공천한 사람은 믿을만해』라는 신뢰가 쌓일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정치를 보는 국민들의 눈도 변화될 것이다.

<문창극 정치부장.政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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