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패신화' 삼성화재 배구 역사 새로 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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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연승 가는 길'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처음 두 세트를 잃을 때만 해도 삼성화재의 신화가 막을 내리는 듯했다. 하지만 무서운 응집력으로 세 세트를 내리 따내며 역전승한 삼성화재. 역시 남자배구의 지존이었다.

삼성화재가 29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벌어진 'KT&G V-투어 2004'대전대회 남자부 결승에서 현대캐피탈에 3-2로 역전승, 대망의 겨울리그 최다연승 기록을 세웠다. 2001년 1월 2일 상무에 2-3으로 진 뒤 3년2개월 만에 이뤄낸 대기록. 여자부 LG정유가 1990년대 초반 수립한 69연승의 기록을 뛰어 넘은 것이다.

"전력투구를 하겠지만, 분명히 삼성화재는 우리보다 한 수 위다"는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의 말이 무색할 만큼 현대캐피탈은 초반 삼성화재의 기선을 제압했다. 방신봉(4블로킹).후인정(3블로킹)의 높이가 삼성화재의 공격을 무력화하면서 1, 2세트를 따냈다. 삼성화재 신기록의 제물이 되기는커녕 회사 측이 이날 승리에 내건 1억원의 포상금을 잡겠다는 투지가 넘쳤다.

초반 고전의 이유를 서브 리시브 불안 때문으로 진단한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은 3세트부터 이형두를 빼고 손재홍을 투입했다. 처방은 적중했다. 리시브가 안정되면서 삼성화재는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기 시작했다. 한 박자 빨라진 세터 최태웅의 토스에 현대캐피탈 블로커들의 대응은 한 박자씩 늦어졌다.

1, 2세트 현대캐피탈의 벽에 막혔던 라이트 장병철(42득점)의 공격에도 위력이 붙었다. 현대캐피탈의 블로커들이 장병철의 공습을 막기에 주력하는 사이 삼성화재는 센터 김상우(9득점).신선호(14득점)의 속공까지 살아났다.

마지막 5세트. 7-3으로 앞서던 삼성화재가 12-13까지 쫓기면서 다시 무너지나 했다. 그러나 석진욱의 스파이크가 코트에 꽂히고, 장병철이 장영기의 공격을 가로막으면서 현대캐피탈의 막판 상승세는 꺾였다.

여자부에서는 KT&G가 흥국생명에 3-2로 이기며 3승1패로 V-투어 첫 2위를 차지했다. 우승은 4전 전승의 현대건설이다. 남녀 최우수선수(MVP)에는 장병철과 최광희(KT&G)가 선정됐다.

대전=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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