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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6자회담 폐막] 의미와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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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판은 깨지지 않았다. 그리고 한반도 비핵화 장정(長征)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남북, 미.일.중.러 6개국이 핵무기 없는 한반도,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원칙에 합의한 것은 성과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와 군사적 해결은 안 된다는 뜻이다. 이 두 원칙은 그동안 양자 또는 삼자 차원에서 합의됐을 뿐이다.

회담 정례화의 길도 열었다. 대화를 계속하기로 하면서 3차회담의 기한을 못박았다. 6자회담의 틀이 이어지게 된 것이다. 2차회담이 지난해 8월의 1차회담 이래 우여곡절 끝에 반년 만에 열린 것을 감안하면 의미가 크다.

북핵 문제의 실질적 논의의 장(場)을 마련한 것도 평가할 대목이다. 본회담 사이에 전문가들로 구성된 실무그룹 회의를 열기로 한 것이다. 각국에서 20명 정도 참석하는 본회담이 구체적이고, 기술적인 문제까지 협의하기에는 적합하지 못했다는 얘기를 들어왔다.

참가국들이 절충.합의사항을 문서로 낸 것도 성과다. 일부 문구를 둘러싼 이견으로 공동발표문을 내지 못하고 그보다 격이 낮은 의장 성명을 냈지만 문서 채택은 일보 진전이라 할 수 있다. 북측도 의장성명은 합의한 내용인 만큼 존중한다고 밝혔다. 1차회담 때는 의장이 구두로 논의내용을 요약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북핵 폐기라는 본질적 부분에는 들어가지 못했다. 북핵 해결의 원칙만 확인했을 뿐 폐기의 구체적 방법에 대한 합의를 끌어내지 못한 것이다. 공동성명이 "참가국들이 상호 조율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두루뭉술한 표현을 쓴 것은 이 때문이다.

특히 북핵 폐기의 원칙, 핵 폐기를 전제로 한 핵 동결 범위와 대상,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HEU) 핵개발 문제를 둘러싼 북.미 간 간극은 좁혀지지 않았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폐기를 목표로 하는 미국은 핵무기 외에 평화적 목적의 핵 활동까지 동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HEU는 북한이 자진 신고하고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북한은 동결 대상은 핵무기에 국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동성명이 '한반도 비핵화'가 아니라 '핵무기 없는 한반도'로 풀어 쓴 것은 이와 맞물려 있다. 북한은 HEU에 대해서도 "없다"는 기본 전제 아래 증거가 있다면 해명할 용의가 있다고만 했다. 이견을 봉합하기가 쉽지 않은 셈이다. 그런 만큼 이들 문제를 둘러싼 북.미 간 줄다리기는 실무그룹 회의에서도 계속될 전망이다.

또 북한의 핵 폐기 이행과 이에 대한 상응조치를 어떻게 해나갈지도 난제다. 북한의 핵 활동 동결에 대해 한국.중국.러시아는 에너지를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북한이 이 수준에서 만족할 가능성은 작다.

이런 이견 속에서도 참가국들이 의장성명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어떻게든 파국은 막아야 한다는 북.미 간의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6자회담이 깨지면 북한은 유엔 안보리의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다시 북한과 직접 맞닥뜨려야 한다. 대선도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합의는 북.미 모두에 시간을 벌게 해준 측면도 있다.

베이징=특별취재팀, 유상철.유광종 특파원, 오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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