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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바오 직접 메가폰 들고 “죄송 … 죄송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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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원자바오 총리가 29일 후난성 창사(長沙)역 대기실을 찾았다. 원 총리는 메가폰을 잡고는 폭설로 역에 갇혀 있는 귀성객들에게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호소했다. [창사AP =연합뉴스]

중국 중남부를 강타한 100년 만의 최악 폭설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긴급 총동원령을 내리고 대대적인 사태 수습에 나섰다. 최대 전통 명절인 춘절(春節:중국의 설) 축제 분위기는 사실상 실종된 상태다.

◇100년 만의 ‘눈 폭탄’ 피해 장기화=후난(湖南)·후베이(湖北)·안후이(安徽)·장시(江西) 등 중남부 11개 성에는 10일부터 18일간 20년 만에 최악의 폭설이 쏟아졌다. 허난(河南)·산시(山西) 등 5개 성에는 100년에 사상 최대의 폭설이 내렸다.

쏟아진 눈폭탄은 전력망을 강타했다. 송전 케이블이 끊어지고 송전 철탑이 무너졌다. 철도 교통망이 곳곳에서 두절돼 춘절 연휴를 위해 이동 중이던 귀성객 수억 명의 발이 묶여버렸다. 구이저우(貴州)성에선 1급 경보를 발령하고, 평소의 50% 정도만 전력을 공급했다. 외지에서 들어오던 전력선이 끊겨 상하이(上海) 일대 공단에도 제한 송전이 이뤄지고 있다.

인명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28일까지 14개 성에서 24명이 사망하고 7786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교통망이 마비되면서 제때 물류가 공급되지 않아 2차 피해도 커지고 있다. 폭설 피해 지역의 석탄 비축량은 이틀치도 남지 않아 경고등이 켜졌다. 채소 값이 두 배 이상 폭등하는 등 생필품 대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중국 언론들은 이번 폭설의 직접적 피해만 220억 위안(약 2조6400억원)을 넘는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 민심 수습에 안간힘=새해 출발부터 대규모 자연재해를 당한 중국인들은 충격과 불안에 빠져 있다. 중국 정부는 이번 사태로 민심이 동요할까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 주석은 29일 비상 정치국 회의를 열고 “중국이 당면한 가장 긴박한 임무는 폭설 피해 구제”라며 “긴급 시스템을 가동해 비상사태를 극복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재정부와 민정부가 2억2000만 위안의 긴급 재해대책 기금을 지원했다. 우한(武漢)에서는 10만 명의 인민군 병력이 투입돼 긴급 도로 복구에 나섰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29일 후난성 창사(長沙) 기차역 대기실을 직접 방문해 며칠째 발이 묶여 있는 수만 명의 귀성객에게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직접 메가폰을 들고 나온 원 총리는 “여러분이 고향에서 춘절 연휴를 보낼 수 있도록 비상 조치를 강구하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호소했다. 중국중앙방송(CC-TV) 등 주요 관영 언론들은 폭설 와중에 꽃핀 미담 사례를 집중 소개하고 있다. 흉흉해지는 민심을 무마하기 위해 선전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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