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바뀌는 직업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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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 다시 대학에 들어가 다른 학과 공부를 하거나,심지어 전문대에 응시하는 것 등은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풍경이다.
실례로 서울의 일류 공과대학을 나온 사람이 다른 대학의 한의학과에 입학하는 수가 꽤 많아지고 있다.또 대학졸업생중에서 많은 사람이 전문대의 안경광학과를 지원해 고배를 마셨다는 소식도들린다.교육부 집계에 의하면 5천여명의 대학졸업 생이 전문대에응시해 2천여명이 탈락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겠느냐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결국 이런 현상은 교육과 직업의 세계에도 예외없이 시장경제의 원칙이 도입된다는 사실로 설명이 가능하다.학과나 직업선택에 시장경제의 원칙이 적용 되고 있다는것은 다름 아니라 대학이나 전공 선택에 있어서 졸업후 경제적 수입과 인센티브가 고려되고 있고,또한 직업 선택에 있어서 공급보다는 수요가 많은 분야를 선택하여 쉽게 독보적 존재가 되며 자신의 가치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의 이런 현상들은 우리 국내시장만 고려된 것이고,또 현재의 시점에서 좋은 직업과 학과를 택하려는 노력이라 하겠다.즉 한의사의 경우 주 활동범위는 국내시장이 될 것이고,안경광학과의 경우도 세계시장에서 그렇게 수요가 많은 분야가 아니다. 단지 장점이 있다면 국내에서 안정되고 좋은 직업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더욱 더 중요한 것은 학과의 선택과 직업의 세계를 미래지향적관점에서 어떻게 변할 것인가 예측해 보는 것이다.즉 앞으로 10년후에 세계가 하나의 시장으로 되었을 때도 세계 어디서나 필요로 하고 높은 소득을 올리며 독보적 가치를 가 지는 직업이 어떤 것이 되겠느냐다.이런 예측을 오늘의 현실로부터 유추해보면다음의 몇가지를 예시할 수 있다.
첫째는 항공기 조종사와 같이 특수한 기능을 가지고 전세계 어디서나 활동할 수 있는 직업이다.이미 항공기 조종사의 수요는 전세계적으로 공급을 초과하여 세계 어느나라에서나 모셔가는 직업이 되었고,또 평균 월급도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이에 따라 미국의 경우에는 항공기 조종사를 양성해내는대학 수준의 교육기관이 번창하고 있다.앞으로 세계경제가 성장할수록 여행에 대한 수요가 증대함에 따라 항공기 조종과 같은 특수 직업의 수요는 공급을 초과하고, 가장 높은 월급을 받는 직업으로 예상된다.
둘째는 컴퓨터 분야의 직업이다.우리 생활속에서 컴퓨터의 역할이 커질수록 필요한 기술과 직업이 바로 컴퓨터 관련 엔지니어나프로그래머가 될 것이다.
컴퓨터가 앞으로 마치 인류의 공통어와 같이 세계 모든 사람이쓰는 도구로 변함에 따라 세계 어디를 가나 시장이 있고 수요가있을 것이다.이미 컴퓨터 소프트웨어 부문에서는 빌 게이츠라는 세계 최고의 부자가 배출됐지만 계속해서 세계 어디서든 독보적 존재가 될 수 있고 수요가 급증하는 직업이 될 것이다.
세번째로는 세계경제가 하나로 연결되는 과정에서 자본의 흐름에따라 증권업계의 딜러십이 더욱 각광받을 것이다.
요사이 영국 베어링사의 파산 과정에서 30대 미만의 젊은이가「파생상품」이라는 금융거래를 통해 세계 외환시장을 동요시켜 놓았듯 이들 직업의 역할이 더욱 증대될 것이다.
그 외에 우리나라에서 안경광학과가 인기있듯 미국에서는 보석감정이 각광을 받고 있다.즉 보석을 가지고 전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겠다는 것이다.
위에서 예시한 학과나 직업의 공통점은 세계 어디서나 통용되고활동할 수 있는 것들이고,또한 미래의 관점에서도 공급보다 수요가 많을 것이 예상되는 직업이라는 사실이다.물론 세계시장을 무대로 활동하는 경우 외국어에 능통해야 한다는 것 은 기본요건이된다. ***未來지향적 교육 필요 학과와 직업 선택의 변화는 궁극적으로 교육의 개념과 내용에도 변화를 요구하게 된다.대학이상아탑의 위치를 일면 유지하면서 한편으로는 사회의 니즈(needs).수요와 상호작용하여 변하는 모습을 가져야 할 것이다.또한 교육시장의 개방 도 이런 관점에서 분석되고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아직은 교육부문에 시장경제의 원칙이 적용되는 초기단계지만 이런 추세는 가속화될 것이고 결국 학과나 직업의 선택이 세계화 속에서 새로운 면면을 가지게 될 것이다.미래지향적이고 세계 어디서나 활약할 수 있는 인재의 개념을 모두 한번 생각해볼 때다.
〈서울大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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