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취재일기

속 좁은 대장금 흠집내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대장금은 중국에서 선풍적 인기를 모았던 한류(韓流) 드라마 중에서도 가장 파급력이 컸던 성공작이다. 베이징(北京)·상하이(上海) 등 중국 대도시에선 지금도 장금이 옷차림을 한 종업원들이 등장하는 한식당이 인기다.

이런 대장금이 중국 나들이에 다시 나선다. 주중 한국문화원이 국립민속박물관·MBC미술센터·배화여자대학과 함께 다음달 19일부터 한 달간 일명 ‘대장금 베이징 나들이전’을 여는 것이다. 드라마에 등장한 방송 의상, 음식 도구, 세트장을 베이징 시내 한복판의 한국문화원에 전시한다. 문화원 관계자는 “중국인들이 대장금을 소재로 한 한국 음식과 의상을 먹고 입어 볼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장금이 다시 조명을 받게 된 데는 최근 중국에서 발생한 ‘대장금 흠집 내기 보도’가 한몫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기관지인 중국청년보(中國靑年報)는 주요 포털 사이트와 손잡고 1일부터 중국의 50개 드라마를 대상으로 ‘가장 싫어하는 드라마’ 선정 작업에 나섰다. 그러면서 외국 드라마로는 유일하게 대장금을 50개 안에 포함시켰다. 그런데 네티즌을 상대로 한 중간 투표 결과 대장금이 1위를 달리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본지는 이에 대해 한국 드라마를 선정 대상에 포함시킨 것부터가 부적절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본지 1월 12일자 16면>

대장금의 이미지에 먹칠을 한 이 사건은 최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했을 때도 화제에 오를 만큼 파문을 일으켰다. 당시 중국 측 인사들도 주중 관계자들에게 “13억 중국인이 열광한 대장금이 어떻게 ‘가장 싫어하는 드라마’로 선정됐는지 우리도 이해가 안 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의 지식인들조차 이번 네티즌 조사를 납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중국청년보가 대장금을 조사 대상에서 뺀 것으로 확인됐다.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비중 있는 언론사가 양 국민의 우호 관계에 금이 갈 만한 엉뚱한 행동을 하고도 독자에게 아무런 해명도 없이 슬그머니 꼬리를 내려 뒷맛이 개운찮다. 잘못된 점이 있다면 솔직하게 반성하고 바로잡는 것이 올바른 언론의 길이 아닐까.

장세정 베이징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