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貨 초강세 달러貨 속락-한국수출에 好材 기계수입엔 惡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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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달러화의 폭락은 국제자금이 달러자산에서 급속히 이탈하고 있는현상을 반영한 것이다.달러자산에서 이탈한 자금은 일본 엔화와 독일 마르크화등 강세통화 쪽으로 대거 몰리고 있다.
국제자금의 달러기피는 무엇보다 멕시코사태에 뿌리를 두고 있다.국제자본의 입장에서 멕시코의 경제위기는 곧 미국의 위기로 인식되고 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으로 양국 경제는 이미 한 배를 탔다.미국은 멕시코의 경제위기를 돕기위해 2백억달러의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멕시코경제가 도대체 회생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미국의 자금지원에도 불구하고 멕시코경제는 일부 대기업들이 도산에처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엔 지난해 멕시코 집권당 사무총장의 피살사건과 관련해 살리나스 前대통령의 형이 체포되 면서 정국마저극도의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멕시코 페소화는 다시 달러당 6페소대로 급락했다.
미국의 미심쩍은 태도도 달러폭락을 부채질하고 있다.물론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도 각국 중앙은행과 함께 달러가치안정을 위한 외환시장개입에 나서고 있긴 하다.
그러나 국제자금은 美 정부가 주가가 오르고 금리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달러하락 저지에 적극성을 보일지 의구심을 갖고있다.
오히려 對日 통상압력 수단으로 달러하락을 용인하지 않겠느냐는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 금융시장에서의 일본계자금 움직임도 달러하락을 재촉하고 있다. 최근 일본자금은 효고현 남부지진에 따른 국내 자금수요를의식해 달러화자산을 엔화로 바꿔 본국으로 속속 귀환하고 있고 일본기업들도 3월말 결산을 앞두고 해외달러자산 처분에 적극 가세하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들의 협조개입에도 불구하고 달러약세(엔高)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미국.독일의 개입강도가 미약한데다 달러약세의 요인들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산업은행 원용윤(元容允)외화자금실장은『일본기업들의 결산이 끝나는 이달말까지는 엔高 행진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으나 달러당 90엔대가 무너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외환전문가들은 오는 4월로 예정된 선진7개국(G7)정상회담까지는 가파른 엔高가 둔화되면서 조정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어쨌든 국내 산업계는 최근의 엔貨 초강세가 우리나라의 수출경쟁력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특히 석유화학.철강.자동차.조선등 일본과 직접 경쟁하는 업종에서는 상당한 수출증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전망이다.
그러나 전자와 기계류는『일본이 동남아등으로 생산기지를 이전,엔高의 실익이 없다』는 이우광(李佑光) 삼성경제연구소 일본실장의 말대로 마이너스 요인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柳奎夏.金光起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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