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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2대 0으로 결승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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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4강전2국 하이라이트>
○·황이중 6단(중국) ●·이세돌 9단(한국)

 장면도(111∼135)=백△로 대마의 눈을 탈취하며 총공격에 나섰으나 결과는 허무했다. 첫눈에 이 대마는 죽을 상(相)이 아닌 데다 이세돌 9단이란 사람이 ‘타개’에 관한 한 발군의 능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111을 먼저 둔 다음 113에 이은 것이 타개의 중요한 수순. 114가 이어지는 급소였지만 이세돌은 이미 삶을 확인한 듯 117로 반 수 정도 손을 빼는 여유마저 보인다.

흑은 A와 B를 맞봐 한 집을 확보하고 있고 중앙에도 반 집이 있고 정 급하면 C의 패도 있다. 황이중 6단은 온종일 억눌려 온 분노를 한숨에 풀어버리듯 모든 전력을 대마 공격에 집중시켰지만 결과는 이처럼 허망했다. 이 판은 오히려 백이 135의 역습을 받아 끊긴 백 돌이 전멸하는 비운을 맞게 된다.

승부세계에서 하수로 존재한다는 것은 억울하고 불행한 일이다. 그러나 그 불행도 알고 보면 다분히 성격적이거나 운명적인 것이어서 할 말을 잃게 만든다. 하수의 대표적인 특징은 화를 잘 내고 핑계가 많다는 점일 것이다. 패배의 변은 다양한데 그중에서도 ‘다 끝난 바둑인데 상대가 돌을 안 던져서’ 또는 ‘상대가 야비하게 신경을 긁어서’ 그만 이성을 잃고 말았다는 것이다.

황이중 6단은 고수이고 수양이 잘 된 인물이다. 이번 대회서는 최철한 9단, 조훈현 9단, 후야오위 8단을 연파하고 세계대회 4강에 올랐고, 준결승 3번기에서도 천하의 이세돌 9단의 가슴을 서늘하게 만들었으며 시간적으로는 더 많이 우세를 점했다. 그러나 그 역시 어느 한순간 감정의 동요를 막지 못해 연패를 당하고 말았다. 이세돌 9단은 169수 만에 불계승을 거두고 2대 0으로 결승에 올랐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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