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수 WTO총장 가능할까-美중립지키면 해볼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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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카를로스 살리나스 前멕시코 대통령의 공식 사퇴로 세계무역기구(WTO)사무총장 선거전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일단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 있는 이탈리아의 레나토 루지에로前무역장관과 김철수(金喆壽)통상대사의 2파전이 됐다.
그러나 다수결이 아닌 만장일치의 합의라는 선거형식 때문에 관계 당사국간 막후조정이 긴박하게 진행되고 있다.
제네바에서는 3일부터 미국.일본.호주.캐나다 등 주요국가들및후보국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핵심그룹회의가 속개됐다.
4일에는 이를 확대한 WTO이사회 수석 대표회의가 비공식 개최된다. 이 두 회의의 핵심 주제는 물론 사무총장 선출문제다.
이 회의의 양대 세력은 미국과 유럽연합(EU).
미국은 이번에 사퇴한 살리나스 후보를 지지해 왔다.살리나스는지난달 총회의 회원국에 대한 1차 설문조사결과 27개국의 지지를 얻어 루지에로(57개국)뿐만 아니라 金후보(28개국)에도 밀렸다. 살리나스는 중남미 지역 32개 WTO회원국의 지지를 모두 얻는데에도 실패했다.
특히 개인적으로는 친형이 저지른 정적(政敵)살인사건에 연루됐다는 설은 그의 도덕성에 먹칠을 했다.
지지할 후보를 잃은 미국은 곤란한 입장에 빠졌다.EU쪽에 사무총장을 넘길 수도 없고 한국의 손을 들어줄 수도 없는 입장이다. 미국은 한국이 무역관행상 아직도 폐쇄적인 국가이며 아직도개발도상국가라는 점에서 지지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을 취해 왔다.
따라서 루지에로 체제출범을 지연시키는 한편 제3후보 옹립가능성을 조심스럽게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미 우세를 확보하고 있는 EU가 이를 거부할 것은 분명하다.
미국은 일단 잠정적으로 WTO사무총장직을 대행하고 있는 피터서덜랜드 관세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사무총장의 임기를 연장하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우리 정부의 입장도 강경하다.어떤 일이 있더라도 사퇴는 하지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판도는 핵심그룹회의에서의 조정 결과와 막바지득표전에 달려있다.
우리정부는 후보 단일화가 안될 경우 루지에로와 金후보가 임기를 전후반으로 나누어 맡는 방식도 기대하고 있으나 현실성은 미지수다. 그러나 앞으로의 관건은 역시 미국의 태도다.미국이 유럽과의 경쟁적 관계를 생각해 한국을 묵시적으로 지지하거나 최소한 중립을 지킬 경우 「해볼만한 게임」이라는 것이 정부의 평가다. 〈金成進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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