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단상>독점과 혁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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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에 좋은 것은 미국에도 좋은가.」 컴퓨터 소프트웨어의 세계적 거인을 놓고 제기되는 의문이다.「제너럴 모터스(GM)에 좋은 것은 미국에도 좋다」는 말이 있었다.규모.효율.혁신으로 싸고 좋은 제품을 대량공급해 국민생활도,기업도 살찌운다는 「기업 아메리카」의 구호였다.
기업의 규모가 커질수록 혁신(innovation)은 거꾸로 둔화되는 경향도 드러냈다.기존의 이익을 고수하기 위해 경쟁을 꺼리고 혁신의 숨통을 막으려들기 때문이다.「두뇌(brain)보다는 억센 근육(brawn)으로 시장을 고수하려든다 」는 유행어도 생겨났다.IBM은 70년대 메인프레임 컴퓨터 시장 지배를고수하기 위해 개인용 컴퓨터(PC)개발을 일부러 늦추었다.PC의 두뇌로 보다 강력한 명령단축형(RISC)칩을 개발해놓고도 실용화를 미적거렸다.오늘의 컴퓨터산업은 자본도 없고,혁신이 아니면 죽음밖에 없는 신생 기술 소기업들이 일구어놓았다.마이크로소프트 자신부터가 그러했다.
그 마이크로소프트의 「크기」와 「독점」이 문제가 되고 있다.
94년도의 총매상은 46억5천만달러,이익은 12억달러였다.1 0년동안 종업원은 1만5천여명으로 10배,총매상은 50배로 늘었다.상장주식의 거래가액 총액은 3백26억달러로 GM(3백52억달러)에 버금간다.PC의 운용시스템(DOS)은 85%로 거의독점이다.윈도우.워드프로세싱.스프레드시트등 여타 소프트웨어도 점유율이 각 34%이상이다.핵심소프트웨어의 「DOS천하(天下)」로 DOS이외의 방식과 새 소프트웨어 개발은 원천적으로 숨통이 막혀있다는 문제제기다.
미국의 독점금지법은 기업이 크다고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며 배타적.약탈적 행위로 경쟁자를 몰아낼 때 독점행위로 문제삼는다.더구나 대법원판례는 「제품의 우수성이나 기업적 총명,또 역사적 우연에 의한 성장으로 독점적 지위에 도달한 것 은 불법이 아니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DOS를 IBM이 채택해 준 것은「역사적 우연」이며,마이크로소프트는 그를 바탕으로 「우수한 제품」을 만들어 공급했고,「기업적 총명」으로 오늘에 이르렀기 때문에 그 독점적 지위는 불법이 아니라 는 유추해석도 가능하다.
문제는 애플의 15%시장마저 잠식하려들고 유수 소프트웨어업체를인수,「제국」을 꿈꾸는 「탐욕적」기업행태다.새 제품의 창출보다는 내심 독점적 지위유지를 노린다.기술의 플랫폼이 급속히 바뀌는 컴퓨터산업에서 독점적 대기업이 얼마나 혁신적일 수 있을까.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래저래 주목의 대상이다.
〈本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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