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수출 부문' 뚝심맨'대거 약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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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호 06면

‘혁신보다 안정 추구. 재무 및 수출 강화’.
현대·기아자동차 그룹이 지난해 말 실시한 2008년 임원 인사의 특징은 이렇게 요약된다.

이번 인사는 예년에 비해 고위층 승진이 많았다. 부회장과 사장 승진이 각각 4명, 7명이었다. 전체 임원 승진 규모도 264명으로 전년(251명)보다 컸다. 그동안 그룹 전체에 고통을 줬던 비자금 사태가 일단락된 데 따른 분위기 쇄신 차원이라는 게 그룹 측 설명이다. 실적이 부진한 사업부문이나 해외사업장에 대한 문책성 인사도 거의 안 했다. 지난해 최악의 실적을 낸 중국법인의 경우 ‘대폭 물갈이설’이 나왔지만 대부분의 임원이 승진하거나 유임됐다.

그룹 부회장단은 4명이 합류하는 대신 3명(윤명중 글로비스 부회장, 이전갑 현대파워텍 부회장, 한규환 현대모비스 부회장)이 퇴임해 11명으로 진용을 갖췄다. 부회장 승진자 중 서병기(60) 품질 및 생산 총괄 부회장은 현대차 품질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린 1등 공신이다. 이번 승진엔 미 앨라배마 공장 등 해외 생산기지의 품질 수준을 국내 수준으로 끌어올려 달라는 메시지가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김창희(55) 엠코 부회장은 제주 출신으로 90년대 현대차 제주지점장 시절부터 정 회장을 보필해 왔다.

“판매를 잘하면 건설사업도 잘할 것”이라며 정 회장이 발탁한 인물로 현대·기아차의 해외공장 건설 및 생산 안정화에 기여해 왔다. 구매 전문가에서 철강맨으로 변신한 박승하(57) 현대제철 부회장의 승진은 고로 사업에 대한 정 회장의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새로 사장단에 진입한 인물 중에선 구매총괄본부장인 김승년(52) 사장과 함께 감사·법무·홍보·경영혁신 등을 담당하는 김용환(52) 사장이 눈에 띈다. 김용환 사장은 해외영업 전문가로 지난해 정 회장을 도와 여수박람회 유치 활동을 했다. 영어가 유창할 뿐만 아니라 보고를 잘하는 것으로 유명한 그는 지난해 기아차 해외영업을 맡아 유럽법인을 정상화하는 데 역할을 했다.

현대차 재무관리실장은 정태환(49)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맡게 됐다. 1년 만의 승진이다. 그는 이정대 부회장과 함께 재무 ‘투 톱’으로 불린다. 해외법인의 이익을 잘 챙겨 정 회장의 신임을 받았다. 관리부문에선 인사 파트의 한성권 상무와 정호인 이사가 발탁됐다. 기아차 임원 인사는 판매 보강에 역점을 뒀다.

기아차 국내영업 총괄을 맡은 김충호(57) 부사장은 현대차에서 30년간 판매만 해온 야전사령관이다. 두주불사형으로 끈끈한 조직관리가 강점이다. 해외영업본부장인 이형근(56) 부사장은 상품·마케팅 전략가다. 지난해 기아차 유럽법인을 맡아 ‘씨드’ 를 성공시킨 공로를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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