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하 라운드 연말까지 끝내자” 시장개방 확대 막판 쟁점 부상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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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호 08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왼쪽)이 24일 다보스포럼에서 WEF 설립자인 클라우스 슈바프 교수와 대담하고 있다. 다보스 로이터=연합뉴스

26일 다보스포럼에서 무역·투자 자유화 확대 문제가 막판 이슈로 떠올랐다. 수전 슈워브 미국 무역대표부(USTR)대표는 “무역대국들이 원한다면 올 연말까지 협상을 끝낼 수 있다”며 “앞으로 몇 주간이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슈워브 대표가 말한 협상은 세계무역기구(WTO)가 2001년부터 추진한 도하개발어젠다(DDA·일명 도하라운드)의 재개 문제를 뜻한다.

다보스포럼 오늘 폐막

각국은 올해 미국 대선과 경기침체 가능성 때문에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다자간 무역협상인 도하라운드는 농산물 분야와 정부보조금 문제 등을 놓고 각국의 이해가 충돌해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슈워브 대표는 “상당수 나라가 시간을 벌려고 변명거리를 찾고 있다”고 비판한 뒤 “이번 다보스포럼이 협상의 추진력을 회복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도 전날 “우리는 도전을 통해 무역협상을 진전시킬 수 있음을 알게 됐다”며 “유럽과 다른 나라들이 글로벌 경제의 하강 위험을 줄일 수 있도록 무역과 투자를 훨씬 더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신들은 브라운 총리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을 겨냥한 발언이 아니냐고 관측했다. 사르코지가 그동안 무역자유화와 국부펀드에 대해 경계심을 드러내곤 했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올해 다보스포럼에선 미국발(發) 경제위기 가능성과 세계경제의 리더십 부재 현상이 도마 위에 올랐다. 다보스포럼이 열리기 하루 전인 22일 미국의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금융시장의 동요를 진정시키기 위해 금리를 0.75%포인트 내리는 경기부양책을 내놓았다. 다보스포럼 참석자들 역시 금융부실과 경기침체에 대해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다보스포럼의 한 회의(session)에선 참석자의 60%가 “FRB가 경제지배력 관점에서 초점과 통제를 상실했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다른 세션에서 재계 지도자들은 경제 관리가 잘못되고 있는 현상을 세계경제의 가장 큰 위협 요인으로 손꼽았다.

세계적 투자자인 조지 소로스는 버냉키를 비판하는 데 앞장섰다. 소로스는 “미국과 영국이 경기침체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사람들이 숨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금리인하는)금융시장에 다른 문제를 낳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월스트리트의 대표적 비관론자인 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 아시아지역 최고경영자(CEO)는 “글로벌 경제의 후퇴 국면은 위기일발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며 “이것은 세계 최대 경제를 운영하는 방법으로 위험스럽고 부주의하고 무책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로런스 서머스 전 하버드대 총장과 조셉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도 금리인하가 또 다른 거품을 낳을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25일 다보스포럼 연설에서 ‘창조적 자본주의(creative capitalism)’를 주창한 뒤 포럼 분위기는 급변했다. 미국의 금리인하 덕택에 국제 금융시장이 반등세로 돌아선 것도 작용했다. 게이츠 회장은 “나는 조급한 낙관주의자”라며 “자본주의가 부유층뿐만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서도 기여할 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본주의가 최상의 경제시스템’이라는 빌 게이츠의 신념이 배어 있는 발언이었다.

지구촌 환경문제 역시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정치인 앨 고어와 아일랜드 출신 록 밴드 U2의 멤버였던 보노의 24일 대담에선 지구 온난화와 빈곤의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지난해 노벨평화상을 받은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은 ‘기후 운동가’라고 불릴 만큼 온난화 문제에 매달리고 있다. 고어는 “개인들이 전구를 갈아 끼우는 것만으로 안 된다. 각국의 정책 결정자들이 비상상황을 인식해 새로운 법규들을 만들어 대응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물 부족 위기를 올해 지구촌 최대 어젠다로 채택하자고 제안했다. 반 총장은 24일 대담 프로그램에서 “우리는 물이 필요한 곳에서 (물 대신) 총을 발견하는 사례가 너무 잦다”며 “아프리카 등지에서 안전한 식수를 얻지 못하는 인구를 2015년까지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말했다. 그는 비정부단체인 인터내셔널 얼러트의 보고서를 인용해 46개국, 26억 명이 기후변화와 물 위기 속에서 폭력적 충돌 가능성이 큰 지역에 살고 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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