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도권 대기환경 개선을 위해 3조8000억원을 들여 추진 중인 ‘경유자동차 배출가스 저감사업’이 부실 투성이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공무원들은 실적을 늘리기 위해 시행규칙을 바꿔 멀쩡한 차에 저감장치를 달도록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 인해 허투루 쓰인 국민 세금이 1906억원이나 됐다. 환경부와 서울시가 2004~2006년 이 사업에 투입한 총 예산 5113억원의 37.3%에 해당하는 액수다. 감사원은 25일 이런 내용의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예산 낭비한 졸속행정=환경부는 ‘수도권대기환경개선특별법’에 따라 서울시의 미세먼지를 2014년까지 절반가량으로 줄이기로 하고 2004년 경유차 배출가스 저감사업에 착수했다. 사업을 시작했지만 저감 장치를 다는 경유차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자 환경부는 편법을 동원했다. 법령에는 배출가스 검사 결과 부적합 차량에만 저감장치를 달도록 돼 있다. 환경부는 법령을 무시하고 총 중량이 5.5t을 초과하는 대형 차량은 검사 결과에 관계없이 저감장치를 부착하도록 시행규정을 바꿨다. 그 결과 경유차 5만1411대가 검사를 통과했는데도 저감장치를 달게 됐다. 이로 인해 1506억원의 예산이 부당하게 집행됐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환경부는 중형 저감장치를 달아도 되는 차량 7039대에는 대당 47만원이나 비싼 대형 저감장치를 달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보조금 33억원이 낭비됐다. 또 트럭 등 건설기계류는 일반 경유차에 비해 미세먼지를 훨씬 많이 배출하는데도 저감장치를 부착할 경우 쉽게 손상될 수 있다는 이유로 처음부터 사업 대상에서 제외하는 우를 범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사업 관리도 엉망=저감장치 승인 절차에서도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다. 우선 인증검사를 제대로 실시하지 않아 부실한 장비가 인증시험을 당당히 통과했다. 이로 인해 저감장치를 단 차량 중 상당수가 여전히 배출 허용 기준을 초과해 매연을 배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제조원가를 산정하는 과정에서는 일부 용역기관의 부실한 조사 결과를 그대로 인정한 뒤 원가를 지나치게 높게 책정해 사업비 380억원을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감사원은 환경부에 즉각 시정을 요구하는 한편 예산을 멋대로 낭비하고 상부 기관에 허위 보고를 한 담당 공무원 8명에 대해 중징계를 요구했다.
박신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