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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개혁이것이과제다>결산座談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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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정부가 추진중인 사법개혁은 법대교육 정상화를 포함한 교육개혁안과 함께 4월께 발표될 것으로 알려져 법조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이와는 별도로 대법원과 대한변협도 별도의 연구기구를 설치,자체적인 개혁안 마련에 나섬으로써 사법 개혁 논의가본격화되고 있어 이를 둘러싼 공방이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中央日報는 지난 14일부터 7회에 걸친 「사법개혁 이것이 과제다」시리즈를 통해 나름대로 개혁과제와 대안을 제시했다.시리즈를 끝내며 각계 전문가들의 좌담을 마련, 바람직한 개혁방향을 정리했다. [편집자註] -우선 법대교육의 문제점부터 점검해 보고 바람직한 개혁방향에 대해 말씀해 주시지요.
▲유병화(柳炳華)교수=현재 전국 84개 법과대 교육은 학생 대부분이 사법시험에만 몰두해 정상적인 교육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국제화.세계화에 대비해 영어강의나 국제법등을 개설해도 학생들은 졸업 필수과목이 아니면 수강조차 하지 않는 실정입니다.게다가 사시 합격자 3백명중 70명 이상이 법대출신이 아닙니다.
이들은 학교강의보다 전문 고시학원에서 주입식 시험준비에 매달려법률가로서 갖춰야 할 법철학등 기초법학의 이해없이 법률가가 되는 것입니다.
▲한기찬(韓基贊)변호사=현재 알려진 바로는 미국의 로 스쿨(Law School)형태의 대학원 중심으로 법대가 개편될 가능성이 큽니다.그러나 이 제도가 아무리 좋다해도 직접 국내로 이식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따라서 1백년간 현재의 사법제도와 대학교육틀을 유지해온 우리나라에 이를 그대로 도입할 경우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전국 법과대학 모두가 이같은 형태로 전환될 수 있느냐도 문제입니다.따라서 현재의 대학 역량등을 감안,최소 10년간의 준비기간이 필요해요.
▲유재현(兪在賢)사무총장=중요한 것은 어떤 교육틀을 선택하는것인가가 아니고 정상적인 교육여건을 만드는 것입니다.이 과정에서 학계.법조계.시민단체등의 다양한 논의를 통한 의견수렴 과정이 절대 필요합니다.
▲柳=현재의 사법시험 제도가 바뀌고 사시 합격자 숫자를 늘리지 않는한 법대교육은 정상화될 수 없습니다.미국의 제도는 대학4년간 다양한 학문을 연마한 학생들이 치열한 경쟁을 거쳐 법과대학원에 어렵게 진학한뒤 변호사시험에 합격토록 하는 것입니다.
국제화를 지향하고 개혁 하자는 마당에 전통적인 기존의 사법제도에만 매달릴 시간이 없습니다.남의 것이라도 훌륭하다면 다소의혼란이 있더라도 빨리 받아들여 우리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그러나 이 제도 도입에 혼란이 예상된다 면 본격 도입에 앞서 타학과 출신의 법대편입 활성화나 법대 교육기간을 6년으로 늘리는 방안도 검토해 볼만 합니다.
-법대교육 개혁과 맞물려 법조인 숫자,특히 변호사 숫자가 너무 적어 수임료와 변호사 문턱이 높다는 것도 국민들의 큰 불만인데 이 부분으로 논의를 옮기시죠.
▲韓=변호사업계가 국민들로부터 비난받는 것은 타성에 젖어 질높은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은 인정합니다.그러나 사법개혁의 핵심이 변호사 숫자를 늘리고 수임료를 낮추는 것만은 아닙니다.
우리나라에는 변호사외에 법무사.변리사.세무사.노무사등 유사 법조인이 1만4천여명이나 있습니다.이를 판.검사및 변호사와 합치면 2만여명으로 2만2천명인 일본에 비해 절대 적은 숫자는 아닙니다.변호사 숫자를 급격히 늘릴 경우 유사 법 조인의 반발등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어요.고가 수임료 문제도 전관예우를 받는 5%정도의 소수 변호사에만 해당되는 얘기입니다.변호사 수임료가 싼 것으로 알려진 미국도 실제는 액수가 천차만별 아닙니까. ▲兪=변호사 숫자를 늘려 시장경제원리에 따라 수임료를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대체로 동의하나 돈없는 사람은 양질의 서비스에 접할 기회가 봉쇄되는 폐단에 대해서는 보완이 필요합니다.미국의 수임료는 변호사 숫자가 엄청난데도 불구하고 간단한 소송대리업무 이외의 업무는 상당히 비싼 수임료를 받고 있습니다.이 때문에 미국에서도「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문제점은 자주 대두됩니다.따라서 독과점 형태는 탈피하고 시장경제원리를 적용하는 것과 함께 자율적으로 가격이 형성될 경우 생길 수 있는 소비자의 권익침해를 막는 정부차원의 보완장치가 절대 필요한 것이지요. ▲柳=사법시험 합격자수를 3백명으로 묶어둔 법조인 시장의 독과점체제는 반드시 개선돼야 합니다.합격자수를 1천명 이상으로 늘려야 하고 법률시장이 개방되기전에 「구멍가게」방식의 변호사 업계도「종합상사」방식의 대형 법무법인 중심으로 전 환되어야 합니다.
특히 변호사 수가 늘어나면 변호사 초임도 현재의 4백만~5백만원 수준에서 대폭 낮아져 우수 인력이 행정부.대기업등 다양한분야에 진출하게 될 것입니다.
시장개방에 대비해 변호사 업계의 전문화.대형화는 불가피한 방향입니다.현재와 같은 체제에선 국내 변호사업계는 단순한 소송대리업무만 처리할 수 있을뿐 정작 부가가치가 엄청난 기업의 법률자문이나 국제분쟁등 업무는 모두 외국 법무법인에 내주게 될 것입니다. ▲兪=신분보장.사회적 지위.보수등 변호사의 직업적 매력이 다른 직종들에 비해 너무 높다는 것도 문제입니다.개혁과정에서 판.검사,변호사에 대한 사회적 기대치를 현실감 있게 조정하는 작업이 따라야 할 것입니다.또 우리의 여건과 제도는 그대로 두고 체제만 로 스쿨 형태로 만들어 변호사를 양산할 경우 법과대학원 입학시험이 사시 1차 시험처럼 변질될 가능성이 큽니다. ▲韓=변호사 숫자를 늘리면 수임료가 낮아지고 양질의 법률서비스가 가능하다는 등식은 잘못된 것입니다.단계적으로 변호사수를 늘려야 한다는데는 이론이 없지만 급격한 증원은 문제가 있습니다.변호사 숫자 뿐만 아니라 태부족인 판.검사도 함께 늘려야만 합니다.
예컨대 8백개 상장기업의 변호사 고용의무라든지,국가 행정소송의 변호사 선임 강제주의등 여건 마련없이 무조건 숫자만 늘릴 경우 과당경쟁에 따른 혼란과 부작용이 따를 수밖에 없지요.
-경력있고 유능한 변호사를 판.검사로 임용하는 법조 일원화제도의 도입도 개혁내용에 포함된 것으로 아는데 이에 대한 생각들은 어떠십니까.
▲韓=英美법계 계통의 국가에서는 이미 시행되고 있고 일본도 이 제도의 우월성을 인정,64년 도입을 시도했으나 법원.검찰의반대로 좌절된 적이 있습니다.
美 연방법원 판사의 경우 20년이상 변호사 경력이 있는 사람이 임용됩니다.변호사 시절 연마한 폭넓은 경험과 지식이 훌륭한판단을 하는데 큰 도움을 주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입니다.이 제도가 도입되면 사회적 비난 대상인 전관예우 문제 도 상당부분 해결될 수 있습니다.
▲兪=판.검사의 자질향상과 관련,이 제도의 도입은 적절하다고봅니다.그러나 현체제에서 유능한 변호사가 상대적으로 보수가 낮은 판.검사로 전관할 것인지는 의문입니다.따라서 급격한 도입보다 시간을 갖고 이 제도의 장단점을 충분히 논의 하는 작업이 전제돼야 할 것입니다.
***종합적思考 필요 ▲柳=각종 분쟁을 조정하고 타인의 죄를심판해야하는 판.검사는 다른 어떤 직업보다도 종합적인 사고력을필요로 하는 직종입니다.20대 판사가 50대 부부의 이혼 여부를 결정하는등 불합리한 현실도 이 제도의 도입으로 개선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법조개혁의 방법과 속도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십니까.
▲兪=법조계가 바뀌어야 한다는 원칙에는 시민사회 모두가 공감할 것입니다.그러나 올해안에 완벽한 개혁을 완성하겠다는 방식은국민적 합의를 얻기 어려우리라 생각됩니다.우선 개혁의 방향을 잡고 충분한 논의를 통해 속도를 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韓=개혁의 초점이 변호사 숫자와 수임료에 맞춰져선 곤란합니다.개혁은 변호사업계는 물론 법원.검찰과 법대교육 모두를 망라해 이뤄져야 합니다.현재의 제도도 나름의 타당성과 존재 이유가있는 만큼 점진적인 개혁이 바람직합니다.
▲柳=개혁에 국민이 동의한다면 다소의 혼란과 부작용이 있더라도 개혁은 과감하고 신속하게 진행돼야 합니다.우선 법조인수를 늘려 현재의 독과점체제를 깨고 소비자 중심으로 법률서비스 시장을 재편해야 합니다.그렇게 되면 문턱높고 불친절한 법원.검찰의관행과 과다 수임료 문제도 점차 해결되리라 믿습니다.
〈정리=金佑錫.鄭鐵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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