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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정부 개혁 “공무원 수 17% 다이어트 지지율 떨어져도 해낼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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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개혁 작업의 최우선 과제는 공직 개혁이다.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작고 효율성 있는 정부를 만드는 게 가장 시급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통령 취임 직후 가장 먼저 장관 숫자부터 대폭 줄였다. 정부 조직 개혁을 전담하는 앙드레 상티니(67·사진) 정부조직장관은 사르코지 개혁의 최전방 야전사령관이다. 사르코지 대통령이 그의 돌파력과 오랜 공직 경험을 높이 평가해 개혁의 최적임자로 판단했다는 후문이다. 22일 파리 베르시 정부 청사 내 그의 집무실에서 한 시간 동안 만나 프랑스 공직사회의 문제점과 개선 계획을 들었다.

-프랑스 공공 부문의 현주소는.

“프랑스의 공공 지출은 국내총생산(GDP)의 54%에 달한다. 경제활동인구의 25%가 공무원이다. 예를 들어 공무원 연금 담당 공무원만 3000명이다. 이들 한 명이 매년 하는 일은 37건의 연금 관련 서류를 처리하는 것뿐이다. 계속 비대해진 공무원 조직으로 인해 30년 동안 정부 빚이 세 배나 늘었다.”

-프랑스에선 공무원 인기가 어떤가.

“공무원 채용시험은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젊은이들의 70%가 공무원이 되려고 한다. 해고될 염려가 없어서다. 시골 파출소 경찰도 대학을 졸업해야 할 정도로 학력 인플레 현상이 심하다. 우수한 젊은 인재들이 공무원에 안주하면 국가 경쟁력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떻게 공무원을 줄일 계획인가.

“올해부터 퇴직 공무원 두 명 가운데 한 명은 충원하지 않는다. 궁극적으로는 현재의 512만 명을 1992년 수준(약 430만 명)으로 줄일 것이다. 우리의 모토는 ‘적은 인원으로 더 잘해보자’는 것이다.”

- 경쟁 개념을 도입하겠다고 했는데.

“현재도 공무원 평가는 있지만, 2년에 한 번씩 거의 똑같은 점수를 받는 유명무실한 제도다. 정부 조직도 생산성을 대폭 높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사기업과 같은 평가가 필요하다.”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할 것인가.

“사르코지 대통령은 취임 후 공무원도 공과를 따져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재미있는 예가 있다. 한 지자체에서 지난해 초 400년 된 성당 보수공사를 시작했다. 건축 전문가가 크리스마스 안에는 도저히 안 된다고 했다. 그러나 인센티브제를 도입하자 크리스마스 전에 끝나 축하 행사까지 열렸다. 그러나 인센티브제가 없이 비슷한 작업을 하던 다른 지자체에선 아직도 공사 중이다.”

-인사 시스템 손질은 .

“ 공무원 인사에는 노조의 영향력이 대단히 강하다. 이로 인해 불합리한 제도가 여럿 있다. 한 번은 우울증 환자인 선생님이 신설 학교의 교장으로 임명된 일이 있다. 신설 학교에선 할 일이 많아 체력과 능력이 모두 중요하다. 그런데 노조가 병가 후에는 평점을 5점 더 받도록 규정을 만들어 놓아 이 선생님의 평점이 높아져 신설 학교 교장이 된 것이다. 학교나 본인에게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인사가 아닌가.”

-공무원 보직에 따른 보상 기준도 차등화할 계획인가.

“정부 청사의 서류더미에서 일하는 공무원들과 업무가 적고 살기 좋은 시골 휴양지 등에서 일하는 공무원이 거의 같은 수준의 보상을 받는다. 이런 불합리는 바로잡아야 한다.”

-공직 개혁 작업으로 인해 사르코지 정부의 지지도가 떨어지는데 걱정되지 않나.

“프랑스 가족의 경우 평균 한 명꼴로 공무원이 있다. 그러니 사르코지 정부가 인기 있을 리가 없다. 그러나 진정으로 국가 발전을 생각한다면 인기주의에 영합해선 곤란하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중도파와 좌파를 대거 기용했는데, 이에 대한 평가는.

“프랑스는 오랫동안 좌파와 우파로 나누어져 인적 교류가 없었다. 그러나 사르코지 대통령은 좌든 우든 철저하게 능력을 따져 가장 필요한 사람을 쓴다. 실용주의다. 좌파에선 반발하지만 국가 경쟁력 차원에선 국민이 지지한다.”

전진배 특파원

◇상티니 장관=1980년 파리 외곽 이시 레 물리노 시장으로 당선되면서 중앙 정치 무대에 진출했다. 정치적으로 중도파이지만 지난해 대선 당시 사르코지를 지지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한·불의원친선협회 회장을 맡기도 했으며 이시네 물리노가 서울 구로구와 자매결연을 하는 등 우리나라와도 인연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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