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투혼 … 아줌마의 힘 … ‘우생순’실제 주인공 14년 만에 돌아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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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실제 주인공이 14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온다.

 23일 서울시 핸드볼연맹에 따르면 일본 실업 히로시마 메이플레즈에서 감독 겸 선수로 활약 중인 임오경(37)씨가 오는 6월 창단하는 서울시청 핸드볼팀 감독을 맡기로 했다. 김진수 서울시핸드볼연맹 회장은 “임오경 감독과 구두로 이야기가 끝났고 서면 계약만 남은 상태”라고 말했다. 계약은 다음 달 초쯤 이뤄질 예정이다.

 임오경 감독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 여자핸드볼 ‘눈물 투혼’의 주역. 당시 결승전에서 거구의 덴마크 선수들을 상대로 몸을 던지는 투혼으로 두 차례 연장전까지 펼치며 아깝게 은메달을 딴 주인공이다. 올림픽 직후 ‘금메달보다 값진 은메달’이란 찬사가 쏟아졌다.

 1994년 한국체대를 졸업한 임오경은 곧바로 일본 히로시마로 이적했고, 96년부터 감독 겸 선수의 1인2역을 수행하면서 지난 시즌까지 소속팀을 정규리그 8회 우승으로 이끌었다. 지금은 일본 배드민턴 주니어대표팀 감독인 남편(37·박성우), 7살 난 딸과 함께 히로시마에서 살고 있다.

 서울시청은 지난해 11월부터 창단을 준비해 왔다. 서울시청 스포츠단 이종철 부장은 “새 팀의 지휘봉을 잡을 지도자를 물색하던 중 한국 여자핸드볼의 기둥이었던 임 감독이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신임 감독이 귀국하는 대로 선수 구성 문제 등을 상의하겠지만, 감독에게 선수 구성의 전권을 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임 감독은 “계약 전이라 조심스럽다”면서도 “항상 고국으로 돌아가서 후배들을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며 귀국을 기뻐했다. 선수 구성에 대해서는 “오스트리아에서 활약 중인 오성옥 등 같이 국가대표로 활약했던 선수들을 데려오고 싶지만 계약기간이 남아있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선수가 많지 않을 경우 임 감독이 직접 코트에서 뛰는 모습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그는 “팀 상태를 봐서 플레잉 코치로 뛰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승에 대한 욕심도 드러냈다. 그는 “올 연말 핸드볼큰잔치부터 돌풍을 일으킨 뒤 3년 내 우승하고 싶다”고 목표를 공개했다.

 한편 서울시는 팀 창단을 계기로 핸드볼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서울시 고유 브랜드의 국제대회를 개최하고 핸드볼 어린이교실 등을 열어 저변 확대도 돕기로 했다.

 ◇‘우생순’ 배우들은 일본으로=우생순 주연 배우들이 29∼30일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베이징올림픽 핸드볼 아시아 예선 재경기 응원을 위해 현지로 날아간다. 우생순 제작사인 MK픽쳐스는 “김정은과 문소리가 도쿄 요요기 국립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일본전에서 한국을 응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재경기를 앞두고 문화관광부는 교민 및 유학생들의 응원 동참을 이끌어내기 위해 현지에서 우생순을 세 차례 상영하기로 했다.

장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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