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씨 다꺼진 선거연기論-가닥잡힌 행정구역개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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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21일 오전 국회는 김덕(金悳)통일부총리(前안기부장)의 전격경질소식으로 술렁거렸다.안기부의 「지방선거 연기검토」문서 파동을 일거에 해소하려는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인사스타일을 놓고여러가지 분석과 관측이 따랐다.
이홍구(李洪九 )총리는 국정보고에서『6월의 지방선거가 차질없이 수행되도록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李총리의 「차질없는 선거준비」는 지난 18일 민자당과의 회의에서 이미 언급한바 있다.그러나 그때만해도 그 말의 무게를 의심했다.이에앞서 이춘구(李春九)민자대표는 20일 낮 기자들에게『곧 행정구역 개편과 관련한 논란이 정리될 것』 이라고 예고했다.그리고 그는 다시 한번 지방선거의 6월 실시방침을 확인했다. 李대표가 말한 「곧」이라는 시한은 안기부 문서가 노출된지 하루만에 金부총리를 그만두게 한 것과 어울려 당내에서는 의미있게 보고 있다.
여권(與圈)의 핵심에서는 이를 지자체선거를 둘러싼 혼선의 가닥을 잡는 본격 수순(手順)으로 보고 있다.
두사람의 발언이 법에 따라 선거를 실시하겠다는 당연한 언급이나 이전과 달리 무게가 실린 것이라는 얘기다.익명을 부탁한 여권의 한 관계자는 『李총리의 발언이나 李 대표의 발언속에 청와대와의 교감이 느껴진다』고 했다.
실제 안기부의 「선거연기검토 문서」가 노출된 20일부터 청와대가 연기불가(不可)쪽으로 기울었다는 관측이 민자당내에서 나오고 있다.이 관계자는 『안기부의 정치개입과 선거연기 의혹을 주는 문서의 돌출로 선거연기론은 생명이 끝났다』고 단정했다.
이 관계자는 『金부총리의 경질,6월선거실시를 확인한 李총리와李대표의 발언은 지방선거 연기의혹을 해소하려는 여권의 동시다발적인 작업으로 볼수 있다』고 했다.
이는 그동안 침묵을 지키는 것으로 비춰졌던 金대통령이 모종의결심을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는 증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현재 안기부문서로 혼미를 더하고 있는 정치권의 지방선거연기 공방은 金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정리될 수밖에 없는 상황 이다.
그동안 행정구역 개편문제와 지방선거 연기문제가 엉켜 민자당의최종목표가 무엇인지 불확실한 상태였다.개편론을 주도한 김덕룡(金德龍.서울서초을)사무총장과 李대표 의견불일치가 장기화되는 조짐을 보여왔다.
金총장의 집권 민주계는 서울을 쪼개고 道를 없애 새로운 행정조직을 만들기 위해 선거를 늦추자는 주장을 펴왔다.李총리와 李대표의 발언정도로 선거연기 불씨가 꺼지지않는 이유가 여기 있었던 것이다.
때문에 金대통령이 22일 민자당을 찾아와 당무회의를 주재하는일정이 주목을 끌고 있다.그리고 25일 취임2주년 기자간담회를갖는다.여기서 金대통령은 선거연기론을 일축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16일 주례보고때 金대통령의 이같은 의중을 들은 李대표는 이미 선거연기논란과 행정구역 개편논쟁을 「분리」한바 있다.李대표는 현재의 3단계 행정 구조의 골격은 그대로 두고 선거를 치르되 『선거전이라도 간단하게 고칠 것이 있으면 고치자』는 부분개편론을 주장해왔다.李대표가 꼽은 선거전에 할수 있는개편대상은 ▲서울과 5대광역시의 區를 準자치구로 격하▲생활권과행정경계가 불분명한 지역의 행정구역 경계조정문제다.
金대통령의 행정구역개편 논쟁정리후에 민자당은 이를 야당에 제안할 것으로 보인다.
〈朴普均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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