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올해의 여성운동상' 받은 최재천 서울대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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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호주제는 한마디로 전혀 생물학적이지 못한 제도입니다. 자연계 어디에도 아들만 고집할 수 있는 생물은 없습니다."

호주제 폐지의 생물학적 근거를 밝혀 화제가 됐던 서울대 생명과학부 최재천(崔在天.50)교수가 한국여성단체연합(이하 여연)이 선정한 '올해의 여성운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崔교수는 올해 초 호주제 존폐 를 둘러싼 헌법 소원과 관련, '인류 진화에 남성보다는 여성의 기여가 크고 한국 남성의 사망률과 호주제는 무관하지 않다'는 요지의 의견서를 헌법재판소에 전달해 극심한 사이버 테러에 시달리기도 했다.

"나는 성 평등주의자도 여성주의자도 아닌 사회생물학자일 뿐"임을 강조한 그는 "시대착오적인 호주제를 폐지하는 데 필요한 일이라면 법정에 서는 일도 마다하지 않겠다"며 수상 소감을 밝혔다.

그는 지난해 풍부한 사례와 실험 결과를 통해 자연의 질서는 암컷 위주로 유지된다는 내용을 소개한 '여성시대에는 남자도 화장을 한다'는 책을 출간해 여성들의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권위적이고 보수적인 가정에서 자란 崔교수가 여성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똑부러진 부인 때문이었다. 아내 채현경(울산대 음대 학장)교수가 실생활에서 崔교수의 가부장적인 행동이나 말을 일일이 지적해주며 토론한 덕에 일상에서 성 평등을 주장하는 실천가가 됐다는 것.

실제로 崔교수는 주말에만 서울에서 함께 지낼 수 있는 아내 몫까지 더해 하나뿐인 아들을 키웠다.

한편 여연은 지난 한 해 동안 여성의 권익향상에 기여한 '여성권익 디딤돌'로 ▶한국 이라크 반전평화팀의 여성활동가 13명▶서울대 법대 사상 첫 여교수 임용에 기여한 서울대 법대 안경환 학장▶전국여성노동조합 학교 비정규직 조합원▶성매매여성의 국가상대 배상청구 소송을 승소로 이끈 배금자 변호사를 선정했다.

반면 '여성권익 걸림돌'에는 ▶호주제 폐지에 부정적 태도를 보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성형수술 이벤트를 통해 외모 지상주의를 조장한 '동아TV, 도전 신데렐라' 프로그램▶여성의원에게 성희롱 발언을 해 물의를 빚은 이경재 의원 등을 선정했다.

문경란 여성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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