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건강] 혈관 70% 막혀도 ‘무증상’ … 금연·체중감량 필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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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21세기 현대인 특히 소득 수준이 높은 선진국 중년의 건강은 심장과 혈관이 수명을 결정한다. 물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실제 불과 20~30년 전만 해도 선진국 병쯤으로 여겼던 성인 심장병(협심증·심근경색증)은 암에 이어 사망 원인 2위(사망자 4명 중 1명꼴)를 차지하고, 뇌졸중까지 생각하면 단연 사망원인 1위다. 암 발생이 머리카락에서 발톱에 이르기까지 모든 장기에서 일어난다는 점을 고려하면 혈관이 막혀 나타나는 심혈관질환이 훨씬 더 치명적인 셈이다. 건강수명을 10년 늘리기 위한 심장 건강법을 찾아본다.

[1] 과음·과로·스트레스 관리부터

촉망 받는 회사원으로 직장에서 승승장구하던 A씨(48). 무자년 새해부터 건강관리를 하겠다며 헬스장에서 아침 운동을 시작했다. 준비운동으로 5분간 걷기를 한 뒤 본격적인 조깅을 시작한 지 10분쯤 지나면서 숨이 차고 가슴이 답답해지면서 휘청거렸다. 다행히 주변 도움으로 인근 대학병원 응급실로 후송돼 신속한 치료를 받고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10분만 늦었어도 생명을 장담할 수 없었다”고 설명한 의료진은 A씨가 ‘급성 심근경색’이라고 밝혔다.

A씨뿐 아니라 심근경색증 환자의 절반은 평상시 아무런 불편한 증상을 못 느낀 상태에서 불시에 가슴 통증이 엄습한다. 성인 심장병이 A씨처럼 한창 일할 중년 남성에게 빈발하는 이유는 이들이 심장동맥을 손상시키는 과음·과로·스트레스 홍수에 살기 때문이다.

A씨도 입사 후 평상시엔 ‘일벌레’로, 거래처 회식 땐 ‘술고래’로 불릴 정도로 20년을 과로·과음 속에 살았다.

[2] 여성들은 50대에 심장병 집중

최근 여성의 심장병 유병률이 남성을 앞질러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10년간(1995~2004년)대학병원에 입원한 성인 심장병(협심증·심근경색증) 환자 10만2000명 중 남성 환자는 3.4배, 여성 환자는 4.1배 증가했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다.

특히 여성 환자는 폐경기 환자가 93%일 정도로 50대 이후에 집중돼 있다. 폐경기 이후 비만 인구가 급증하기 때문. 실제 비만인구는 남성은 30대 43%→ 40대 47%→50대 51%로 서서히 증가하는데 반해 여성은 30대 19%→40대 26%→50대 51%로 50대 이후 급증한다.

비만은 고지혈증· 동맥경화 등을 유발해 성인 심장병 발생과 직결된다. 따라서 갓 성인이 됐을 때인 20대 초반의 날씬한 몸매를 평생 유지해야 한다.

금연 역시 필수다. 흡연 여성의 심장마비 시기가 비흡연 여성보다 19년 빠르다는 사실이 이를 보여준다.

[3] 당뇨병·고혈압 혈관 손상과 직결

10년 전부터 당뇨병 진단을 받은 L씨(61). 1년 전부터 언덕길을 오를 때 가슴이 답답해지는 증상을 느꼈다. 갑자기 걱정이 돼 동네 병원을 찾았다가 심장병이 의심되니 큰 병원을 방문해 보라는 말을 듣고 대형병원을 찾았다. 심장 정밀검사를 받은 뒤 L씨는 협심증 진단을 받았다.

L씨의 경우처럼 당뇨병·고혈압·고지혈증 등 흔히 말하는 성인병(생활습관병)은 혈관 손상과 직결된다. 일례로 콜레스테롤 수치만 해도 1㎎/㎗ 올라갈 때마다 심장병 발생 위험은 2∼3% 증가한다. 따라서 성인병이 확인되면 약물치료를 포함, 적극 관리해 병적인 수치를 정상화시켜야 협심증·심근경색증 발생을 막을 수 있다.

[4] 40~ 50세부터 조기검진 필요

심장혈관에 동맥경화가 생겨 혈관이 70%이상 좁아질 때 발생하는 협심증, 심장혈관이 혈전(피떡)으로 막혀 심장 근육이 빈혈로 손상되는 심근경색증을 앓으면서 건강장수를 기대하긴 힘들다. 따라서 평소 건강할 때 심장혈관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 심장 건강에 이상이 온 사람이라도 조기검진·치료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예컨대 혈관이 일부 막힌 경우엔 스텐트 시술을, 완전히 막힐 땐 다른 부위에서 혈관을 떼어내 막힌 혈관을 대체하는 혈관우회수술을 한다.

심장 이상을 조기 발견하기 어려운 것은 혈관이 70%이상 막히지 않으면 평상시 증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 따라서 남자 40세, 여자 50세 이후엔 심장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

◇도움말=서울 아산병원 심장내과 김영학 교수, 서울대병원 심장내과 김효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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