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쿠자의 형성은 사회 주류에 끼지 못하는 세력들의 반항 의식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 마피아에 이탈리아계나 중국계가 많은 것과 마찬가지다. 일본 내 최대 야쿠자 조직인 야마구치구미(山口組)의 조직원 중 30%가량이 에도(江戶)시대 이래 천민계급으로 취급받던 부라쿠(部落) 출신이다. 차별이나 경제적 이유로 학교를 못 다니거나 취업이 안 되는 이들이 절대적 권위(오야붕)와 추종자(고붕) 관계로 똘똘 뭉치게 됐다는 것이다.
물론 야쿠자는 자신들을 결코 야쿠자라고 부르지 않는다. 고쿠도(極道), 교카쿠(俠客)라 부른다. 나름대로의 명칭에서 알 수 있듯 야쿠자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자존심과 체면이 구겨지는 것이다. 그래서 조직 내 규율과 제재도 엄격하기로 유명하다. 가볍게는 근신·삭발이 있고 제명·파문·절연·단지(斷指)처럼 무거운 처벌도 있다.
최근 야쿠자 간에 생존을 건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사회 시스템의 투명화로 검은 돈을 챙길 몫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전에는 상상도 못하던 야쿠자 조직 간 인수합병(M&A)이 속속 이뤄지고 있다. 합리적 조직 운영과 정보기술(IT) 마인드 도입에도 열심이다. 조직 내부에서도 야쿠자 두목이 되기 위한 으뜸 조건은 서열이나 싸움 실력이 아니라 의사결정의 신속성이나 글로벌 사업 등 경영능력으로 바뀌고 있다(야마다이라 시게키, 『야쿠자에 배우는 조직론』). ‘나훈아 폭행설’ 등 툭하면 괴 소문의 도마 위에 오르는 야쿠자지만 내부적으론 ‘8, 9, 3’ 식의 몰상식한 인생설계가 통하지 않게 된 것이다. 기업이나 개인이나 자칫하면 “야쿠자만도 못한…”이란 말을 듣기 십상인, 격변의 세상이다.
김현기 도쿄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