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에길이있다] 쉿! 코로 숨쉬면 건강해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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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한 TV방송에서 방영한 ‘동물 기상천외!’ 프로그램에선 입으로 호흡을 하는 아이들의 흥미로운 얘기가 나온다. 이들 초등학생 16명의 호흡방법을 코호흡으로 교정한 결과 체력이 모두 향상된 것은 물론 집중력도 높아진 것을 확인한 것이다.

 입호흡은 건강에 가장 나쁜 호흡법이다. 그래서 전통의학에서조차 구중의(口中醫)라는 입전문의가 따로 있을 정도였다.

 우선 입으로 숨을 쉬면 침이 마르면서 입안이 건조해진다. 입내 세균을 정화시키는 침이 부족하니 충치와 같은 구강질환이 많이 생기고, 입냄새가 난다.

 뻐드렁니나 주걱턱도 입호흡과 관련이 있다. 식사를 할 때도 입을 벌리고 호흡하기 때문에 치아와 혀를 이용해 입을 막아야 한다. 이때 40∼60g의 압력이 혀를 통해 치아에 가해져 돌출입의 원인을 제공한다. 또 아랫입술이 두툼해지고, 입술이 건조해 잘 튼다.

 무엇보다 입호흡은 집중력을 떨어뜨려 학습장애를 일으킨다. 뇌에 필요한 산소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독일 튀빙겐대학 크리스티안 포에츠 교수는 잠잘 때 입으로 숨을 쉬거나 코를 고는 아이는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 학습 능력이 두세 배 떨어진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입으로 숨을 쉬면 발육과 성장에도 지장을 받는다. 숙면을 취하지 못해 성장호르몬 분비가 잘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코막힘만 잘 치료해도 키가 클 수 있다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코호흡으로 바꾸면 면역력도 높아진다. 일본의대에선 코호흡과 백혈구의 활성을 보여주는 HLA과의 관계를 조사했다. 10일간 코호흡을 하면서 충분한 수면과 양쪽 치아를 이용한 씹기를 병행한 결과, 목의 통증이 해소되고, 모두 HLA 활성이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한방에선 코막힘을 수독(水毒)으로 해석한다. 호흡기의 기능 저하와 양의 기운 부족으로 수독이 생기는 것이 알레르기 비염이다. 호흡기에 쌓인 수독을 제거하는 데는 의서 상한론에 소개된 소청룡탕이 주요 처방으로 활용된다. 마황·백작약·오미자 등 8가지 한약재가 동원된다. 마황은 항알레르기 작용을, 작약은 소염·이뇨 작용, 오미자는 기침과 체력 증강 효과가 있다.

 여기에 호흡기와 소화기능을 좋게 하는 소건중탕(小健中湯), 학습이 부진한 아이에겐 청뇌탕 등을 합방한다. 성장기에 도움을 주는 녹용을 가미하기도 한다.

 습관을 바꿔주는 것도 중요하다. 호흡 방법을 고치기 위해선 우선 목과 코·눈을 깨끗하게 청소하는 습관을 기른다. 가글과 함께 비강에 생리식염수를 넣어 세척한다. 한쪽 코를 막고 다른 쪽으로 들이마시는데 처음에는 힘들지만 반복하면 매우 개운하다. 여기에 배로 숨을 쉬는 횡격막 호흡법도 추천한다. 배에 손을 얹고 코로 들이마시고, 입으로 천천히 내뱉는 심호흡을 한다. 껌을 양쪽 치아로 고루 씹는 껌저작 훈련도 도움이 된다.

김남선 영동한의원 원장 www.ezno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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