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중국은 벌써 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45호 18면

농촌에서 도시로 나와 막노동을 하는 중국의 농민공(農民工)들에게 춘절(春節·설날)은 그나마 행복한 시간인 모양이다. 중국 서부 쓰촨성 청두에 있는 한 건설업체가 18일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농민공과 친지 3000명을 불러 식사를 대접했다. 다음달 7일 춘절을 앞두고서다. 야외 테이블에 둘러앉아 10여 명이 음식을 함께 먹는 장면은 농민공들의 고달픈 처지를 잘 말해주고 있다.

중국 전역에서 대도시 건설현장을 떠도는 농민공의 숫자는 2억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월 600∼1000위안(약 7만∼13만원)의 저임금을 받고 고된 노동에 시달린다. 평소 식사는 작업장 근처에 앉아 회사가 제공하는 허판(盒飯·큰 그릇에 밥과 반찬 몇 가지를 섞어놓은 것)으로 때우기 일쑤다. 해마다 춘절이 다가오면 농민공의 임금체불 문제가 긴급 현안으로 부상한다. 중국 정부는 임금체불 업체를 대대적으로 단속한다. 하지만 중국인들이 “산은 높고 황제는 멀리 있다(山高皇帝遠)”고 말하는 것처럼 농민공들을 울리는 업체는 끊이지 않고 있다. 춘절을 전후해 강력 사건이 늘어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농민공들이 고향으로 돌아가는 춘절 기간에는 대대적인 귀성전쟁이 벌어진다. 주요 도시의 철도역에는 커다란 짐 보따리를 두세 개씩 들고 역 광장에서 노숙하는 농민공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고향에 다녀오느라 기차와 버스 속

에서 사나흘을 시달리는 사람도 많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중국은 화려하게 변모하고 있지만 그 뒤안길에 있는 농민공들은 의식주 해결도 힘든 게 작금의 현실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