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시대>27.美 샬럿市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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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10여년전 미국내에서 조차 잘 알려지지 않았던 샬럿市는 현재미국에서 손꼽히는 거대한 은행센터로 유명하다.
포천誌는 지난해 6월호에 샬럿市를 뉴욕과 샌프란시스코에 이어미국내 제3의 상업.은행도시로 선정했다.
샬럿시는 미국 동남부 노스캐롤라이나州에 위치한 인구 1백20만여명의 도시다.주도(州都)도 아닌 시가 이처럼 유례없이 짧은기간에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市정부와 기업인등이 샬럿시를 알리기 위해 똘똘 뭉친데 힘입은 바 크다.
시정부는 특히 샬럿시의 이미지를「깨끗한 도시」로 만드는데 온힘을 모았다.
시에서 환경오염의 우려가 큰 중공업을 굳이 유치하지 않아도 무공해 기업들이 좋은 근무여건을 찾아 몰려들 것이라는 계산에서다. 샬럿시는 미국내 다른 도시와는 완연히 다른 모습이어서 어디를 가든 쓰레기를 보기 어려울 정도로 깔끔하다.
은행등 사무직 위주의 기업들이 이곳을 선호하는 것은 당연하다. 市가 기업들로부터 거두는 세금도 상당하다.시정부나 기업인 모두 누이좋고 매부좋은 격이다.
60층 높이의 네이션스 뱅크는 이 도시의 상징물로 꼽힌다.이건물을 포함해 시내 중심가에 몰려있는 고층의 은행 건물들은 샬럿시가 은행도시임을 대변하고 있다.
외국의 유수한 건설.기계.의약품회사들도 모여들기 시작해 지난해말 현재 독일.일본.영국등 외국 기업의 수는 모두 3백21개에 이른다.
85년 1백63개에 비해 거의 두배로 늘어난 것이다.특이한 것은 이들 기업중 상당수가 본사를 이 도시에 두었다는 점이다.
샬럿시의 이웃 도시들에 사는 주민들은『어디에서 사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열에 아홉이『샬럿 근교에 산다』고 답변한다.그 만큼 이 도시에서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고 실제 공연관람.
쇼핑등 문화적인 생활을 이곳에서 즐기는 사람이 많 다.
무명도시였던 샬럿시가 일약 굴지의 은행센터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것은 뛰어난 홍보전략 때문이었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샬럿을 알리는데 프로농구와 프로미식축구보다 더 좋은 방법은없다는데 시정부와 기업인들이 10년전께부터 의견을 같이하고 작업을 해왔다.
문제는 돈이었다.경기장을 건설하려면 토지구입비등을 비롯해 수백만달러가 들기 때문이다.또 이들 스포츠를 관장하는 연맹에 지불해야 하는 특약료도 많이 필요했다.
결국 경기장 부지확보를 위해 시정부와 기업인들이 힘을 합했다.50여곳의 개인토지를 구입하는 비용은 시정부가 시민들에게 채권을 팔아 충당하는 방법을 썼다.채권발행은 시정부를 지원한 은행들이 맡았다.
미식축구의 경우 유치하려는 도시들 사이에 경쟁이 치열해 연맹에 내는 특약료는 비싸질 수밖에 없다.난처한 입장에 빠진 시정부를 위해 네이션스뱅크의 휴 맥콜(55)회장이 발벗고 나섰다.
그는 1백억달러(약 8조원)를 연맹에 무이자로 융자하겠다는 아이디어를 냈다.연맹의 몫을 빼고도 미국내 미식축구팀마다 1억달러(약 8백억원)정도의 융자금을 배분할 수 있게 된 연맹은 이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샬럿 팬서즈」라는 미식축구팀이 올 가을 빛을 보게됐다.이에앞서 7년전에는「샬럿 호네츠」농구팀이 출범해 샬럿을 알리는 첨병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市측은 두 팀이 입장료 수입등으로 지역경제에 연간 5억달러(4천억원)의 이익을 가져다 줄 것으로 보고있다.
이 도시를 발전시킨데 빼놓을 수 없는 또 다른 인물은 벨 백화점의 존 벨크(68)사장이다.그는 72년 시의회에서 뽑는 임명시장에 선출돼 80년까지 4차례 시장을 지냈다.
그는 市의 동남쪽에 대규모 쇼핑센터를 건설했다.이름하여「사우스 파크(South Park)」다.이 도시의 10분의 1크기인이 쇼핑센터는 사무실과 식당들이 들어서면서 지역경제에 불을 붙였고 6만여명의 고용효과도 가져왔다.상가들과 인 근에 세워지는주택들은 세원(稅源)확보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샬럿시 상공회의소 연구부의 부책임자인 토니 크럼블리(47)씨는『기업인들이 市정부와 머리를 맞대고 일을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시가 나서서 쓰레기를 치워주고 범죄를 막아주는등 기업이 원하는 것을 해주는데 시를 돕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샬럿시는 또 연방정부의 행정규제 완화를 市 발전에 이용했다.민간용역업체들간의 경쟁을 통해 대민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市비용도 절감하도록 한 것이다.이에 따라 노상주차장운영.공공건물청소.방범등 市행정의 일부를 민간업체에 맡기고 있다 .
79년 연방정부가 미국내 항공권역별 비행기취항 조치를 풀고 국내 항공사간의 경쟁을 허용하자 샬럿시는 때를 놓치지 않고 적극 홍보에 나서 많은 국내외 항공사를 유치했다.
그러나 이 도시가 주변 도시들로부터 부러움을 받기까지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93년 시의 동쪽으로 흐르는 카토바江이 정유회사 저장탱크에서새어 나온 기름으로 오염됐을 때다.샬럿시 일부의 상수원인 이 강이 오염되는 바람에 시민들은 마실 물이 부족해 한동안 고생해야 했다.
82년에는 시내의 한 건물에서 대형화재가 발생했다.화학물질을다루는 곳에서 불길이 치솟자 인근 주민들은 대형 가스유출사고를우려,1.5㎞를 대피하는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시정부는 이후 이같은 사고들이 재발하지 않도록 온 힘을 쏟고있다.법에 따라 수질.대기오염등에 대한 감시권을 가진 카운티(County.여러개의 市로 구성된 행정구역)를 도와 오염기준을넘어선 기업이 적발될 경우 문을 닫게하는 행정 조치도 마다않고있다. [노스캐롤라이나=金起平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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