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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책갈피] 포스트 자본주의 움직이는 ‘사이버 경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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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보이지 않는 것의 경제
노르베르트 볼츠 지음, 유현주 옮김
문학동네, 328쪽 1만8000원

우리가 매일 직면하는 기업의 전형은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같은 것이다. 번듯한 사무실에서 CEO와 중간간부, 근로자 등 수많은 사람이 모여있는 곳이 기업이다.

그러나 경제학자들이 생각하는 기업의 모습은 다르다. 기업을 팀 구성원간의 협업에 의한 생산조직으로 본다. ‘기업=팀에 의한 생산조직’이다. 그렇더라도 사무실이라는 공간에서 매일 얼굴을 맞대고 일한다는 오프라인적 이해는 경제학자들도 마찬가지다.

인터넷이 발전하면서 이런 식의 기업관이 무너지고 있다. 팀생산이라는 기업의 본질은 변하지 않지만 팀 형성과 일하는 방식이 변하고 있어서다. 서로 모여 같이 일할 사무실이 필요 없게 됐다. 컴퓨터가 있는 곳이 사무실이 됐고 협업은 인터넷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기업’이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는 경제조직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 책은 사이버공간에서 일어나고 있는 경제현상을 다룬다. 인터넷이 일을 하는 공간으로, 컴퓨터가 단순한 도구에서 일자리로 변모하고 있다. 기업은 ‘가상 기업’, 일자리도 ‘가상 일자리’, 돈도 ‘전자 화폐’로 변한다. 가상이니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지은이는 덧붙여 이처럼 “손으로 잡을 수 없는 것들이 세계를 움직일 것”이라고 단언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으로는 미래도 포함된다. 과거에도 미래는 불확실했고 전망은 어려웠지만 디지털 시대에는 더욱 그럴 것이란 설명이다. 지은이는 이를 “(지식은)알면 알수록 모르는 게 더 많아지는 법”인데 “지금의 문화는 지식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 책은 경제학보다 커뮤니케이션이나 미디어 서적으로 분류하는 게 좋을 것 같다. 핵심 키워드가 경제가 아니라 커뮤니케이션과 매체인 것이다. 가령 기업이 가상기업으로 변하는 이유에 대해 사이버공간과 오프라인 공간에서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김영욱 경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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