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드라마 몰상식 장면에 시청자 짜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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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가족 드라마가 흔들리고 있다.
온가족이 오순도순 둘러앉은 시간대에 방영되는 주말극과 일일연속극이 비현실적이고 비정상적인 관계에만 집착,시청자들을 짜증나게 하고 있다.
SBS주말극『이 여자가 사는 법』(서영명 극본.김재순 연출)은 억지갈등으로 스토리를 무리하게 전개시키고 있는 대표적인 경우.지난 11~12일 방영된『이 여자…』는 몰상식 수준에 도달한 시아버지와 며느리간의 대화와 행동으로 시청자를 당혹스럽게 했다.시아버지가 부엌에 들어가 며느리앞에서 그릇을 뒤엎고도 노래를 흥얼거리는가 하면 며느리는 고개를 바짝 쳐든채 눈을 부릅뜨고 시아버지에게 말대꾸를 한다.
아내모르게 아내의 친구와 만남을 지속해오면서도 별다른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 남편(유인촌扮)이나 이같은 관계를 알고 있으면서도 용돈을 얻어내며 자연스럽게 용인해주는 동서(이영하扮)의 모습도 한계를 넘어섰다.또『형부가 늑대라면 나는 여우다』라며 형부를 줄곧 미행하는 처제(최수지扮)역시 처량스러울만큼 억지스럽다. 그러나『이 여자…』의 짜증돋우기는 신세대며느리(김원희扮)와 시어머니(박원숙扮)의 내용없는 갈등에서 절정을 이룬다.
「신세대는 무조건 이기적이고 말대꾸를 한다」는 신세대에 대한작가의 왜곡된 의식은 그동안 수차례 문제점으로 지적돼왔음에도 불구,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PC통신에 시청소감을 올린 상당수의 시청자들은『이 여자…』에대해『10대가 보기에도 역겨운 신세대 묘사는 짜증스럽기 짝이 없으며 중견연기자들의 억지 연기가 민망스럽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해 가을「더불어 사는 가정의 모범답안을 제시하겠다」며 방영을 시작한 KBS2TV 일일연속극『그대에게 가는 길』(박정주극본.김현준 연출)역시 잔재미 좇기에 급급해「엉터리 답안」만을내고 있다.부와 출세를 위해 사랑을 쉽게 포기 한 건우(선우재덕扮)나 운명에 쉽게 순응한 지원(정은숙扮).혜경(김현숙扮)의진부한 삼각관계는 그렇다치더라도 지원.휘웅(조재현扮).유정(신윤정扮)의 시청률을 의식한 억지갈등은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
또 서로『아줌마』『아저씨』라고 부르며 비아냥거리는 대화로 일관하는 경준(홍요섭扮).지영(김나운扮)부부의 모습과 개인의 사생활에 좌지우지되는 직장의 모습 또한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이에 대해 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 백미숙간사는『시청률경쟁에 앞서 시청자 생활환경의 질을 먼저 고려하는 작가.PD의 도덕적 양식과 책임의식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李殷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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