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죽하면 을이 갑에게 대들었겠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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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요즘 지상파 TV 프로그램에 붙는 광고가 확 줄었다. 황금시간대에 편성된 드라마와 뉴스도 마찬가지다. 올 초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코바코)가 TV광고료를 7.9% 올리면서 생긴 현상이다. 기업광고주들이 이에 반발해 이달부터 TV 광고를 신청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이들 광고주를 대변해 코바코와 전면전을 벌이고 있는 민병준(76·사진) 광고주협회장을 16일 서울 여의도 광고주협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민 회장은 “이번 사태는 을(乙)이 갑(甲)에게 대드는 격”이라며 “오죽했으면 이렇게 하겠느냐”고 말했다.

 -왜 광고주는 을이고, 코바코는 갑이라고 하는가.

 “코바코는 1981년 군사독재 정권이 방송을 통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코바코를 통해야만 방송광고를 할 수 있어 광고주들은 코바코가 요구하는 불공정 거래를 감내할 수밖에 없었다.”

 -구체적인 불공정 거래의 사례가 있는가.

 “예로 얼마전 끝난 MBC 수목드라마 ‘태왕사신기’의 경우 15초짜리 광고의 기본 단가가 1200만원이었다. 그런데 특집 프로그램이라는 이유로 가격을 기본 단가의 120%로 책정했고, 광고주가 원하는 타이밍에 광고를 내보내려면 두 배를 내게 했다. 게다가 다른 인기없는 프로그램에 3억~4억원어치의 광고를 내보내야 한다. 이런 요인까지 계산하면 이달 광고비는 7.9%가 아니라 최고 18.9%까지 오른 셈이 된다.”

 -코바코는 방송사 경영 악화로 광고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한다.

 “방송사가 디지털 방송을 할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등의 이유를 댄다. 이는 생산자(지상파 방송사)가 소비자(광고주)에게 모든 부담을 지우겠다는 것이다. 신문사가 윤전기를 바꾼다고 광고료를 올리는 걸 보지 못했다. 방송사도 필요한 투자재원은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 경영악화 문제를 해결하려면 자체적인 구조조정부터 해야 한다. 또 2003년부터 광고료가 오르지 않았다고 하는데 실제론 편법을 동원해 매년 올렸다.”

 -코바코는 이달 방송광고판매가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방송광고는 보통 한 달 전에 신청을 한다. 이 달분은 지난해 12월 신청한 것이다. 당시 TV 광고청약은 900억원 정도로 역대 최저였다. 이 중 650억원은 장기신청 광고분이다. 상당수 회원사가 올해 장기광고를 신청하지 않겠다고 했다. 다음달은 더 줄 것이다.”

 -큰 돈을 낼 만큼 TV 광고의 효과가 있는가.

 “신문은 광고효과에 대한 자료가 잘 돼 있는데 TV는 그렇지 않다. 현재 TV 시청률 자료로는 누가 TV와 광고를 보는지 등을 파악할 수 없다. 개인별 시청률 조사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우린 올해 신문·지상파 TV·케이블 TV·인터넷 등 전 매체를 연계하는 수용자 조사를 할 예정이다.”

 -지상파 방송사의 광고 독점현상이 심하다는 지적이 있다.

 “일본 광고주들은 ‘지상파의 시대는 갔다’고 말한다. 우리나라도 케이블 TV나 인터넷이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이제 미디어 기업간 공정하게 경쟁하도록 토대가 마련돼야 한다. 신문과 방송 간 겸업을 허용해야 한다. KBS 1TV외엔 민영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중앙일보는 내년 ‘新중앙판’으로 판형을 변경할 예정이다.

 “현재 중앙선데이에만 적용하고 있는 신중앙판은 읽기가 편해 광고주들의 반응이 좋다. 중앙일보가 계속 혁신을 이끌어나가길 바란다.”

글=이철재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1981년 설립. 지상파 TV와 라디오, 지상파 DMB 방송 등의 광고 물량을 취합해 판매 대행을 하고 그 수입 중 일부를 수수료로 받는다. 독점 체제 해소를 위해 민간 광고 판매 대행사(미디어랩)를 설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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