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원 성적 73등인데…판사 임용 탈락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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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43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지난달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李모(33)씨는 24일 인권단체인 인권운동사랑방을 통해 "성적이 좋았는데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처벌받은 전력 때문에 예비판사 임용에서 탈락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李씨는 이어 "지난달 14일 임용 면접에서 '사회주의를 표방했는가''당시 친구들을 아직 만나는가' 등 학생운동 활동에 대해 집중적인 질문을 받았다"고 말했다. 李씨는 이를 다음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할 계획이다.

올해 예비판사 임용에는 115명이 지원했고, 임용심사 탈락자는 李씨를 포함해 두명뿐이다. 다른 한명은 건강문제 등 개인적인 이유로 탈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李씨의 성적은 수료생 976명 중 73등이었다.

李씨는 1996년 '전국학생정치연합'정책국장으로 활동하다 같은 해 11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돼 97년 3월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고, 99년 8.15 사면조치 때 사면됐다.

대법원은 "국보법 위반 전력이 평가의 중요 기준이었던 점은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전과가 있다는 사실만 갖고 李씨를 탈락시킨 것이 아니며,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임용심사위원회가 판단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대법원은 "국보법 위반자 중에 기소유예자 4명, 집행유예자 1명 등 5명이 판사로 임용된 사례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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