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아내 잃은 이발사의 복수극 결말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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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고전적인 뮤지컬 선율과 면도칼로 쉴 새없이 목을 그어대는 잔혹함. ‘스위니 토드’는 이 기이한 조합을 예술적으로 조화시키는 뮤지컬영화다. 뮤지컬계에서 이단적 스타로 꼽히는 원작자 스티븐 손더하임의 명성을 안다면, 짐작할 만한 일이다.

주인공 벤자민 파커(조니 뎁)는 19세기 런던의 이발사다. 아름다운 아내, 갓난아기와 작은 행복을 누리던 그는 아내를 탐낸 악랄한 판사(알락 릭맨)의 흉계로 멀리 유형을 간다. 15년 만에 고향에 돌아온 그에게 이발소 아래층에서 파이가게를 하는 러빗 부인(헬레나 본햄 카터)이 전해준 소식은 절망적이다. 아내는 극약을 먹었고, 딸은 판사네 집에서 갇힌 것이나 다름없이 산단다.

복수를 꿈꾸며 파커는 스위니 토드로 이름을 바꿔 다시 이발소를 연다. 그에게 연정을 품은 러빗 부인과의 관계는 기이한 동업으로 발전한다. 스위니 토드는 이발소에 찾아온 떠돌이 손님들을 죽이고, 그 시체는 쓸 만한 재료가 없어 파리만 날리던 아래층 파이가게에 고기로 공급된다.

스위니 토드는 근대도시의 비극이다. 대도시 런던에는 사라져도 찾는 이 없는 낯선 이방인들이 넘쳐나고, 이발소 의자는 파이 굽는 화덕이 놓인 지하에 자동으로 시체를 내던지는 기계장치로 개조된다. 현재형의 장면들은 마치 화면을 탈색시킨 듯 갑갑한 무채색의 느낌으로 이 냉정한 도시를 묘사한다. 돌아보면 15년 전 벤자민 파커의 비극 역시 이 무정한 도시의 산물이었다. 악덕 판사는 요즘도 나어린 소년에게 별 생각 없이 사형을 선고한다.

그렇다고 스위니 토드의 복수가 용인될 수 있을까. 이 영화에서 욕망을 품은 사람은 스위니 토드만이 아니다. 저마다 다양한 욕망의 조합은 한결 더 거대한 비극을 빚어낸다. 그토록 꿈꾸던 복수의 순간에 스위니 토드는 가장 처절한 사실을 깨닫는다.

엽기와 탐미를 고루 아우르는 감독 팀 버튼은 오랜 단짝 조니 뎁, 자신의 부인이기도 한 헬레나 본햄 카터와 함께 무대용이었던 원작을 영화적인 장면과 편집으로 능란하게 전환했다. 그 만듦새는 빼어나지만, 아무래도 이 영화의 호불호에 취향의 문제를 제쳐두기는 어렵다. 잔혹함과 뮤지컬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관객이라야 만족할 것 같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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