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세계分業' 박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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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해외 선진 기업과의 제휴를 통한 국제 분업 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 경쟁 관계인 업체들과의 제휴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부문에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이고, 잘 나가는 분야에서는 세계 선두를 굳히거나 차지하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2002년까지 연간 두세 건 정도에 머물렀던 해외 업체와의 제휴는 지난해에 12건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올 들어서는 벌써 세건이나 된다. 제휴 수준도 과거 부품교환 정도에 그쳤으나 점차 완제품 중심의 국제 분업으로 옮겨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25일 세계적인 생활가전 업체로 미국 내 드럼세탁기 1위 업체인 메이택과 드럼세탁기의 생산 및 판매에 관한 전략적 제휴를 했다. 앞으로 5년간 삼성전자는 제품 디자인과 개발.생산에서, 메이택은 마케팅에서 중심역할을 하면서 협력한다. 양사는 우선 올 하반기 중 중대형 세탁기 4개 모델, 건조기 3개 모델 등 7개 모델을 선보인다.

제휴를 통해 생산된 제품은 미주와 전세계 시장에서 메이택과 아마나 브랜드로 판매된다. 제휴 기간 중 양사 협력으로 달성할 수 있는 매출 규모는 5000억원 정도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제휴로 해외시장에서는 걸음마 단계에 있는 드럼세탁기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에는 일본 산요전기와의 에어컨 공동 개발에 성공, '월드 베스트'라는 이름으로 출시했다. 가정용 에어컨 부문에서 세계 1위 업체인 LG전자를 따라잡기 위해 지난해 4월 체결한 전략적 제휴의 결실이다.

저장장치 분야에서는 미국의 EMC와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도시바와는 CD-RW.DVD-RW 등 광저장 장치의 합작사를 4월 중 출범하기로 합의했다. 최대 경쟁업체인 일본 소니와는 액정화면(LCD) 합작사를 설립하기로 했으며, 메모리스틱 분야에서도 협력하고 있다. 새로운 '황금알'사업으로 떠오르고 프린터에서는 미국의 델에 레이저 프린터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으로 공급하기로 올해 초 합의한 바 있다.

삼성전자 생활가전총괄 이문용 부사장은 "첨단기술 접목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높이고, 세계 초일류 상품군을 확대하기 위해 세계적 선진업체들과 국제적 분업을 더욱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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