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入비관자살 잇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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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대학이 생명보다 더 소중할 수 있을까.
삼수끝에 지방캠퍼스에 예비합격한 여학생이 투신자살하자 손녀딸의 죽음을 괴로워하던 할머니가 9시간뒤 같은 장소에서 투신해 목숨을 끊었다.
대학에 떨어진 재수생 아들을 꾸짖던 아버지는 아들의 반발에 충격을 받아 목을 맸다.
대학을 다니다 중도에 포기하고 컴퓨터 황제가 된 빌 게이츠 같은 사람도 있고 대학 근처에도 안가봤어도 얼마든지 자신의 인생을 훌륭하게 살아간 사람들이 수없이 많지만 우리사회에선 입시자체가 삶의 목적으로 둔갑한 어이없는 가치전도, 목적과 가치관상실현상이 횡행한다.도대체 누구의 책임인가.
▲설연휴가 시작된 지난달 29일 오전 9시30분쯤 서울강남구압구정동 현대아파트 104동 앞 화단에 이 아파트에 사는 D대曺모(51)교수의 딸 연정(20)양이 11층 비상계단에서 투신,자살했다.
삼수생인 연정양은 올 입시에서 D대 경주캠퍼스 불문과에 지원,합격자중 결원이 생기면 추가합격되는 예비합격자 명단에 올랐으나 그뒤부터 잠을 자지 못하고 식사를 하지않는등 심한 신경불안증세를 보여오다 잠옷차림으로 아파트 윗층으로 올 라가 투신했다.9시간쯤 뒤인 오후6시30분쯤에는 가족들이 시신이 안치된 병원으로 간 사이 曺양의 할머니 이심희(李心姬.72)씨가 같은 화단으로 투신,자살했다.
▲29일 새벽2시쯤에는 서울용산구동부이촌동 민영아파트 E동 박병균(朴炳均.52.의류수입상)씨집 부엌에서 朴씨가 목매 자살했다. 朴씨는 28일 오후11시쯤 귀가해 전기대 입시에서 실패한 재수생 아들(20)을『도대체 어떻게 공부를 했길래 재수를 하고도 또 떨어지느냐』며 꾸짖었으나 아들이『나는 아버지처럼 살기싫다.대학이 전부냐.아버지는 얼마나 제대로 살았느냐』 고 대들자 가족들이 잠든사이 부엌 천장보일러 배관에 목을 맸다.
朴씨는 유서에서 이북의 고향주소와 고향에 남겨두고온 여동생이있다는 사실을 밝히고『부질없이 살아왔지만 자식으로부터 한심한 인생을 살아왔다는 말을 들을줄은 상상도 못했다』며『그러나 너희들을 변함없이 사랑한다.성실히 살아라』는 말을 남겼다.
▲29일 새벽4시쯤 서울성동구중곡동 주택가 골목길에서 D고3년 吳모(18.서울성동구군자동)군이 길가던 미국유학생 趙모(20)양을 주먹과 발로 때린뒤 미화2백달러(한화 15만5천원상당)가 든 손가방을 빼앗아 달아나다 붙잡혀 구속됐다 .吳군은 전기대 입시에 실패한뒤 술을 마시고 새벽까지 거리를 방황하던 중이었다. 〈郭輔炫.權赫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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