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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베이비 붐 세대 서구 정치무대 주류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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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횃불은 새로운 세대에게 넘겨졌다.”

 1961년 43세에 최연소 백악관 주인이 된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유명한 취임사다. 서구 각국에서 40대의 신세대 정치인들이 주역으로 부상하며 이 연설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뉴스위크 최신호(21일자)가 보도했다. 이 잡지는 이들이 정치성향 등 모든 면에서 이전 ‘베이비 붐 세대’(제2차 세계대전 이후인 46~64년 출생자)와는 확실히 차별화된다고 지적했다.

 무명의 정치 신인에서 유력 대선주자로 부상한 버락 오바마(46) 상원의원이 대표적이다. 그는 베트남전·흑백 차별 철폐운동 등 과거 미국 정치를 지배한 담론에서 자유로운 최초의 ‘포스트 60년대’ 대선 후보다. 자서전 제목 『담대한 희망(The Audacity of Hope)』처럼 그는 유세 내내 ‘희망’과 ‘변화’를 외쳐 기성 정치인의 네거티브 공세에 물린 젊은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가 승리한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에서 25세 이하 유권자의 60%, 45세 이하의 절반이 그를 지지했다.

 영국의 경우 여야 모두 ‘젊은 피’가 이끌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집권 노동당은 데이비드 밀리밴드(42) 외무장관과 동생 에드 밀리밴드(38) 내각부 장관이 차세대 대표주자다. 야당인 보수당 당수 데이비드 카메론(41)은 유력한 차기 총리후보로 꼽히고 있다. 여타 유럽 각국도 라시다 다티(42) 프랑스 법무장관, 후베르투스 하일(35) 독일 사민당 사무총장, 프레드리크 레인펠트(42) 스웨덴 총리, 헬레 토르닝 슈미트(41) 덴마크 사회민주당 당수 등 신세대 정치인들이 전면에 나섰다. 러시아 역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낙점한 40대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42) 제1부총리가 대권을 이어받는다.

 냉전의 종식을 목도한 ‘포스트 베이비붐 세대’ 정치인들은 이념에 구애받지 않고 좌우를 넘나드는 유연성을 보인다는 공통점이 있다. 영국 보수당의 카메론 당수가 당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국내 이슈에서 좌파에 가까운 입장을 취한 것이 그 예다. 조지프 나이 전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학장은 “신세대 정치인들은 과거의 이념적 콤플렉스로부터 자유롭다”고 말했다.

 이들은 ‘순혈주의’를 고집한 이전 세대와 달리 다문화를 포용할 줄 아는 국제 감각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오바마 상원의원과 다티 법무장관이 이민자 가정 출신이고, 슈미트 당수는 영국인과 결혼했으며, 밀리밴드 장관이 미국 아이 둘을 입양한 점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밀리밴드 장관은 “우리는 여행을 많이 한 데다 (인터넷 등) 신기술 덕분에 국제화된 세대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선배 정치인들이 회피하려 애썼던 지구온난화 등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 국가가 주도하는 사회안전망 등 복지를 중요시하는 입장도 공유한다.

 과거 세대에 비해 이상주의적이고 낙관적이라는 것도 이들의 공통 분모다. 그러나 일각에선 그런 점이 경험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질타도 나오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캠프에서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 오바마의 약점 역시 정치인으로서의 일천한 경험이었다.

 뉴스위크는 “준비가 됐든 안 됐든 이들이 주역인 시대가 예상보다 빨리 도래했다”며 “젊은 나이에 정치에 입문했기 때문에 그들은 오랫동안 세계 정치 무대에 머물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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