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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중견기업] 서울반도체, LED 일편단심 … 세계서 빛 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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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신세길 서울반도체 회장이 서울 가산동 본사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한 교류용 LED ‘아크리치’를 보여주고 있다. [김성룡 기자]

빛의 역사가 바뀌고 있다. 백열등에서 형광등의 시대를 지나 발광다이오드(LED)로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LED는 전기 에너지를 빛에너지로 바꿔주는 발광반도체다. 가격은 비싸지만 반영구적인 데다 전력 소모가 적다. 또 형광등과 달리 수은을 사용하지 않아 친환경적이라는 장점도 있다. 이 때문에 미래의 조명으로 일컬어진다.

◆10년 전부터 승승장구=서울반도체는 이 같은 LED를 만드는 회사다. 매출액 규모로 따지면 세계 8위, 국내에서는 시장의 30%를 점유한 1위 업체다. 2006년에는 포브스가 선정한 ‘아시아 200대 중견기업’과 비즈니스위크지가 뽑은 ‘아시아 베스트 100대 유망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이정훈(55) 사장이 1992년에 세운 이 회사는 냉장고나 에어컨에 온도·기능을 표시하는 백색가전용 LED 디스플레이를 만들었다. 당시 매출은 10억원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설비투자를 강화하고 기술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99년(160억원) 처음으로 매출 100억원을 넘었다. 이후 매출은 2002년 300억원, 2001년 428억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설립 10년째인 2002년에는 1000억원을 돌파했다. 탄력을 받은 것은 97년 휴대전화 키패드에 들어가는 칩LED를 생산하면서부터. 이동통신 시장이 무선호출기에서 휴대전화로 옮겨가는 시점과 맞물린 덕분이었다.

2003년에는 백색LED의 상용화에 성공했다. 휴대전화 사이드뷰에 쓰이는 백색LED는 일본에서 전량을 수입하던 제품이었다. 수입품에 비해 30%나 싸게 공급해 경쟁력이 있었다. 컬러 휴대전화 생산이 늘어나면서 백색LED 수요도 급증했다.

◆효자 제품에 시련도=그러나 호사다마였을까. 효자 제품이던 백색LED는 시련도 가져왔다. 이 기술을 놓고 빚어진 삼성전기와의 갈등이 결별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매출의 70% 이상을 삼성전기에 의존하던 때이다 보니 업계에서는 “서울반도체는 이제 끝났다”고 말할 정도였다. 삼성전기가 백색LED 시장에 뛰어들면서 어려움은 더 커져가는 듯했다. 그렇지만 시장이 커지고 거래처를 다변화해 위기를 모면했다. 삼성전자·LG전자와 노키아·모토로라·에릭슨, 5대 휴대전화 업체가 서울반도체의 고객이다. 회사가 커가려면 휴대전화용 LED만으로는 충분치 않았다. 차량 계기판에 들어가는 탑LED를 비롯해 차량의 후미등과 실내등·브레이크등용 LED 쪽으로 영역을 넓혔다. 현재 현대·기아차와 르노삼성차, 미국 GM·크라이슬러 차량에 이 회사의 제품이 들어간다.

◆세계 3위를 목표로=조명용LED는 서울반도체의 이름을 널리 알린 분야다. 가로등·터널등 등 산업조명 분야에서 확보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2005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교류전원용 LED인 ‘아크리치’를 시장에 내놨다. 반도체인 LED는 직류에서만 작동한다. 하지만 조명시스템은 대부분 교류에서 움직인다. 이 때문에 LED를 조명기구에 쓰려면 교류를 직류를 바꿔주는 컨버터가 필요했다.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이 바로 아크리치다. 이 사장이 2002년 영입한 신세길(69) 회장은 “아크리치는 기존의 전구 소켓 등 일반 조명기구에서 쓸 수 있는 LED”라며 “시장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아크리치는 유럽의 일렉트로닉지가 2006년 선정한 ‘최고의 제품’에 뽑혔고 국내와 미국·유럽·일본·중국 특허도 보유하고 있다.

휴대전화와 조명뿐 아니라 LED의 적용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서울반도체는 의료기구와 위폐감별기구 등에 쓰이는 자외선 LED와 LCD 백라이트용 LED도 개발·생산하고 있다. 신 회장은 “노트북 PC와 TV로 LED가 쓰이는 분야가 늘어나는 등 세계적으로 LED 시장이 연평균 21%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앞으로 미국과 프랑스·중국이 백열전구 사용을 금지하면서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10년까지 매출액 1조원을 넘겨 세계 3위 업체로 도약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서울반도체는 이를 위해 매출액의 10%를 연구개발(R&D)에 투입하고 있다. 현재 보유한 1300여 건의 특허도 이러한 노력의 산물이다.

하현옥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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