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신세대>486PC의 지휘자 新음악쟁이 김창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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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컴퓨터음악 전문가 김창영(金昌泳.28)씨의 지하스튜디오에 들어서면 한쪽 구석에 놓인 피아노보다는 486컴퓨터와 두 대의 신시사이저.믹서.샘플러 같은 기기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컴퓨터 옆에는 MBC-TV 『시사매거진 2580』의 다음주 방송 내용이 팩스로 들어와 있다.
매주 세 꼭지로 진행되는 『시사매거진 2580』의 꼭지와 꼭지 사이에 극적인 전개와 전환을 안내하는 감각적인 음악이 바로이 곳에서 만들어지는 중이다.
金씨의 스튜디오를 찾은 수요일은 그가 팩스를 받고 10초에서2분길이의 곡을 열댓개쯤 구상하기 시작하는 날이다.
스튜디오 녹화는 토요일.방송국에 가서 음악이 들어갈 자리와 길이를 확인하고 오는 금요일은 어김없이 밤샘을 하곤 하지만 金씨는 서슴없이 자신을 「행운아」라 부른다.
추계예대 작곡과 시절,金씨는 교과과정에도 들어있지 않던 컴퓨터 음악을 막 유럽에서 돌아온 황성호(현 서울대)교수에게 배울수 있는 행운을 누렸다.
수많은 연주자의 연주를 채집한 디스켓을 편집하면 한 사람의 엔지니어가 오케스트라의 효과도 낼 수 있다는 경제성 덕분에 컴퓨터음악은 가요쪽에는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지만 음대에는 요즘에야 강좌가 개설되는 중이다.
컴퓨터음악은 오선지로 표현하자면 한없이 복잡한 소리를 건반 하나로 불러내고 카메라 셔터 소리.증기 기관차의 기적 소리 같은 효과음도 자유자재로 편집하고 변형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 하지만 金씨가 컴퓨터 음악에 매력을 느끼는 것은 무엇보다전자음악만이 창조할 수 있는 신비하고도 독특한 음색때문이다.
『작곡이라면 상상력과 이론에 의지하는 것 아닙니까.현대인이라면 전자악기가 주는 상상력을 외면할 수 없지요.』 방송음악이나무대음악을 하는 틈틈이 그는 언젠가는 음반을 낼 생각으로 혼자만의 창작을 꾸준히 하고 있다.
다큐멘터리 『실크로드』의 음악을 듣고 구했다는 신비로운 소리의 「오카리나」와 그 옆에 놓인 단소.피리가 그의 곡에 담길 독특한 색채를 조금은 짐작케 한다.
토요일 오전 녹음을 끝낸 테이프를 넘기고 나면 『자연에서 에너지를 재충전하곤 한다』는 그는 벽에 붙은 여행지도를 가리킨다. 글=李后男기자 사진=吳宗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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