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화산업 육성이 지방자치 지름길-KIET 보고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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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오는6월로 다가온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계기로 본격적인 지방자치시대가 열린다. 지방자치시대는 정치.사회 분야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여러가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지방화 시대를 맞아경제.산업 분야에서 각 지방이 안고있는 문제는 무엇이며 이를 어떤 식으로 풀어나가야 할까. 또 각 지방정부가 재정면에서 명실상부한 자립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어떤 산업을 육성해 나가야할까. 지방경제 시대의 전망과 예상되는 과제 그리고 해결방안등을 분야별로 정리해 본다. <편집자 주> 「지방자치 시대를 맞아 재정 자립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지방자치단체장 선거(6월)를 앞두고 지방경제의 육성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아무리 선거로 지방자치단체가 구성된다 해도 재정적으로 독립하지 못하면 중앙정부에 손을 벌릴 수 밖에 없고,결국 이름뿐인 자치(自治)가 되고말기 때문이다.
때문에 정부와 연구기관,전문가들은 명실상부한 지방자치 시대를구가하려면 지방경제부터 발전시켜야 한다며 「재정自立」의 중요성을 재삼 강조하고 있고,각 지방정부들도 새로운 재원(財源)발굴을 위해 머리를 짜고 있다.
산업연구원(KIET)이 최근 내놓은 「지방자치 시대를 연다」는 연구보고서 등을 중심으로 경제.산업 분야에서의 지역별 현주소와 앞으로의 산업육성방안 등을 짚어본다.
◇지방의 재정자립도=현재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의 경제형편은 정치적으로 자치를 뒷받침해 줄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지역경제력이 약해 1인당 소득과 세수(稅收)가 적어 세입 자체의 규모가 작다.
또 구조적으로 지방세 세입원의 60~70%가 재산과세에 치우쳐 세수증대가 어렵다.
시.도별 재정자립도를 보면 서울 86%,대구 77%,인천 75%,부산 73%등 대도시가 비교적 높은 반면 전남(29%),전북(34%),충남(36%),강원(38%),경북(36%)지역의자립도는 극히 낮다.이처럼 지방간에 격차가 너무 큰 것도 바람직한 지방자치제에 걸림돌로 작용한다.또 같은 도내에서도 시.군별로도 격차가 커 경기도의 경우 도내 36개 시.군중 15개시.군의 재정자립도가 50%미만이다.
〈表참조〉 전남의 경우 여천시는 85%인 반면 신안군은 전국에서 제일 낮은 9.7%에 불과하다.
2백60개 기초 지방자치단체중 지방세만으로는 인건비도 대지 못하는 곳이 1백60개에 달하고 지방세와 세외(稅外)수입을 모두 합해도 인건비를 충당하지 못하는 곳이 77개나 된다.이와 함께 우리나라 제조업 부가가치의 지역별 분포를 보 면 서울.인천이 43.1%,부산.대구.경남북이 37.1%에 달해 2차산업이 이들 두 지역에만 편중돼있다.반면 광주.전남북의 제조업비중은 전체의 9.2%,대전.충남북은 8.9%,강원.제주는 1.7%에 불과하다.
◇재정확보대책=지방자치단체가 자치단체다운 행정업무를 독자적으로 추진하려면 돈 쓸 곳이 많다.
결국 지방세를 많이 거둬야 한다는 얘기인데 KIET는 지방자치단체가 자기 지역의 특성에 맞는 자체 세원(稅源)을 발굴할 수 있도록 하고 세율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관광자원이 많은 지역은 관광세를 다른 지역에 비해 높게 매기고 공해업종이 많이 들어서 있는 곳에서는 공해세를 많이거둘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내무부가 지방세법을 개정해 지방자치단체가탄력적으로 지방세율을 조정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줘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그러나 이같은 과정에서 상당한 부작용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최근 인천시 의회가 지방세 수입을 늘리기 위해 지프형 차의 자동차세를 두배나 한꺼번에 올려 통상산업부와 마찰을 일으킨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방자치단체 별로 지방세원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무리하게 이것저것 세금을 매기다 보면 지역간 조세형편이 맞지 않고 산업활동을 위축시키는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국세인 소득세.법인세.부가가치세를 중앙과 지방이 일정 비율을 함께 나눠쓰는 공동세(共同稅)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으로 꼽히고 있다.
중앙으로부터 보조금을 받는 대신 아예 제도적으로 국세를 걷을때 일부분을 지방에 배정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밖에 지방세 세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재산세 수입을 늘리기 위해 토지에 대한 과표를 현실화하는 방법도 거론되고 있다. 또 지방세 이외의 세외(稅外)수입에도 신경을 써야 하게 됐는데 특히 토지개발.공기업경영등이 유망한 분야로 관심을 받고있다. 그러나 이같은 사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부채(負債)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할 경우 미국의 오렌지 카운티처럼 지방자치단체자체가 파산할 위험도 있으므로 사업성 검토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
◇지역산업 발전전략=지금까지는 중앙차원의 산업정책에 따라 업종별 육성전략에만 신경을 써왔지만 앞으로는 지역별 발전전략에도큰 관심을 기울여야 하게 됐다.
***지역별 산업정책 절실 우선 모든 지역에서 공업을 우선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지역의여건을 감안해 제조업이든,서비스업이든 특화산업을 골라 중점 육성해야 한다는 뜻이다.또 공업을 육성하더라도 모든 지역에서 똑같은 업종에 손댈 필요는 없다.지방자치단체마다 경쟁적으로 같은색깔의 공업육성정책을 만들어서는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 문제는 초기 투자가 많이 드는 첨단산업의 경우 가장먼저 고려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모든 지역에서 저마다 첨단산업육성을 내걸면 국가 전체적으로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 어렵게 되는데다 제대로 육성도 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 이다.
KIET가 자연지리적 여건,기존 공업의 발전정도,교통수송체계,인력 및 배후기반,지역문화등 각 지역의 고유한 특성에 따라 마련한 산업의 발전전략은 각 지방정부가 자기 지역에 어떤 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보여주는 한 참고가 된다.
〈그림참조〉 예를 들어 강원도의 경우 자연과 조화되는 관광휴양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국토공간의 활용 차원에서도 적절하다는 것이다.또 대전.충남의 경우 대덕 연구단지를 활용한 첨단산업을육성하고 충북에서는 수도권의 배후지역이라는 점을 활용,첨단산 업을 유치하는 한편 충주호와 중원(中原)역사문화자원,단양팔경을연계한 관광산업을 개발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광주.전남에서는 이미 조성돼있는 석유화학.기초철강단지를 활용해 광양.율촌.목포를 연결한 신산업지대를 개발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전북지역에서는 군장(群長)산업기지를 기반으로 자동차조립.
신소재.생명산업등 성장산업을 육성하는 방안이 시급 한 것으로 조사됐다.
***분쟁조정기구 검토할만 ◇지역간 조화=지역개발을 하다보면지방자치단체끼리 과당경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또 발전소.폐기물처리장등 공공시설의 설치를 둘러싸고 지역간 마찰도 일어날 수 있다. 이에 대비해 지역간 분쟁을 조정할 수 있는 채널이 필요한데 중앙과 지방의 문제에 대해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의 시도경제협의회(가칭)를 설치,조정기능을 하도록 하는 방안이 제기되고 있다.
또 쓰레기 처리장 등 혐오시설의 설치에 따른 지역간 분쟁을 조정하기 위해서는 이해가 엇갈리는 지방정부끼리 광역행정협의회(가칭)를 구성,직접 조정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을 막기 위해 지방정부의 정책결정과 집행에 투명성을 높이고 주민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南潤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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