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 발 디딘 삶을 위한 ‘집 짜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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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호 08면

김영준씨는 ‘건축이란 과연 무엇인가’에 늘 물음표를 달고 산다. 건축을 ‘쇼핑하듯이, 패션을 선택하듯이, 명품을 소장하듯이’ 주문하고 짓는 요즈음 건축계 추세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몸짓이 그의 건축하는 자세에 배어 있다.

김영준의 6개의 주택

“(현대 도시인은) 대부분 ‘건축은 기능이 해결된 근사한 조형’이라는 명제에 고정된 견해를 지닌다. 프랭크 게리나 자하 하디드의 작업이 주는 강렬한 감동의 배경에 우리가 바라보는 건축의 잣대가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비례가 중요하고 재료가 중요하고 세련이 중요하다. (…) 반복되는 주제, 기발한 아이디어, 현란한 디테일…땅의 과제, 역사의 과제, 사회의 과제도 생략되고, 우리 삶과 현실의 다양성도 제거되고, 브랜드 이름과 순수한 공간과 정지된 조형과 이미지의 포장만이 거기에 있다. 그것일까, 건축의 정의가.”

이런 문제의식으로 치열하게 무장한 건축가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사회의 특성을 새로 해석하고 생활의 변화를 살피며 적절한 집의 시스템을 실험한다. 그에게 특히 ‘소통의 시스템 계발’은 중요한 과제다.

그는 “반듯한 직방형으로 규정된 틀 안에서 벌어지는 공간 짜기와 공간의 축조에 대해 연구한다”고 말한다. 냉정한 현실주의자의 모습을 띤 그처럼, 그가 설계한 집도 미래 공간을 상상케 하는 직조된 집 같다. ‘집을 짜는’ 건축가의 모습이다.


1960년생. 서울대학교 건축과를 졸업하고 건축사무소 이로재·AA스쿨(런던)·OMA(로테르담)를 거쳐 1998년부터 ‘김영준 도시건축’에서 도시와 건축의 중간 영역에 관심을 보이며 일한다. 일산 허유재 병원(2004), 헤이리 자하재(2005), 행정도시 기본구상 현상설계(1등) 등의 다양한 작업을 해왔다. 현재 파주 출판도시 코디네이터와 한국예술종합학교 튜터로 있으면서 스페인 마드리드와 서울을 오가며 활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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