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시대와 소통하는 집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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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호 09면

정기용씨는 인문사회학·인간학으로서의 건축을 강조한다. 세상과 사회가 건축에 뭘 원하는가를 먼저 생각한다. 그래서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인간사 소통에 이바지하는 집을 짓고 싶어 한다. 그는 “건축이 세상을 다 바꿀 수는 없지만 천천히 바꾸는 데는 한몫할 수 있다”고 믿는다.

정기용의 전북 무주 공설 납골당

건축에 무엇을 실어 보낼까 하는 메시지가 그에게는 중요하다. 건축은 눈에 보이는 외양의 형태가 아니기에 다른 건물과 차별화되거나, 세련되고 근사한 마무리로 번쩍거리는 명소 건물은 자신이 지향하는 건축이 아니라는 얘기다.

10년여 그가 매달린 ‘무주공공프로젝트’는 참으로 ‘정기용다운’ 작업으로 남았다. 1980년대 후반까지 ‘무주 구천동’이란 이름으로 귀에 익은 오지에 불과했던 이곳이 1995년부터 2006년까지 그의 손을 거치면서 주민을 위한 집들이 들어선 새로운 땅으로 거듭난 것이다.

‘안성면 사무소’를 ‘면민의 집’으로 개조한 것을 시작으로 무주시장 현대화, 청소년 문화의 집, 무주 보건의료원, 곤충박물관, 납골당, 버스정류장에 이르기까지 지역민이 자부심을 느낄 건축물을 세웠다.

정기용씨는 “건축이 전달하는 흔들림 없는 힘, 우리를 에워싸는 순간의 빛, 그리고 파동 치는 존재의 충만함, 이것이 바로 좋은 건축이 선사하는 건축의 위대함”이라고 말했다. 결국 건축은 공간만이 아니라 시간을 계획하는 프로젝트라는 것이다. 그는 “그 사회가 어떤 집을 원하고 있나 들어주는 열린 마음의 건축가로 남고 싶다”고 했다.


1945년생.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응용미술학과와 대학원 공예과를 나와 프랑스 파리 장식미술학교(ENSAD) 실내건축과와 파리 제6대학 건축과, 파리 제8대학 도시계획과를 졸업했다. 파리에서 건축사무소를 운영하다 귀국한 뒤 1986년 ‘기용건축’을 설립해 계원조형예술대학(1990), 무주공동프로젝트(1995~2006), 춘천 자두나무 집(2000), 코리아아트센터(2003) 등을 설계했고 ‘기적의 도서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성균관대 건축과 석좌교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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