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실명제法案 이렇게 본다-손재영 KDI 연구위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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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정부가 입법예고한 실명제법(案)의 방향과 강도를 놓고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땅 투기에 의한 불로(不勞)소득 기회를 원천봉쇄하기 위해 실명제가 필요하다는 당위론에도 불구하고 실명제법의 내용이 너무 강해 실효성에 서는 자칫 금융실명제처럼 용두사미(龍頭蛇尾)가 되고 말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만만찮다.앞으로 공청회 등을 통해 다듬어질 실명제법이 어떤문제점을 안고있는지 전문가들의 입을 빌려 정리해 본다.
[編輯者註] 동산 실명제의 정부안이 확정되는 과정에서 과거를불문하는 범위와 개별법령에 의한 세금추징 및 처벌조항의 예외가극도로 축소된 것은 많은 혼란을 초래할 뿐 아니라 거래실명제 자체가 위헌판결을 받을 소지를 크게 할 것으로 우려된다.
명의신탁이 재산은닉.탈세.투기 등 바람직하지 못한 목적으로 활용돼온 것이 사실이고,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려놓는 개혁과정의 일환으로 명의신탁이 금지돼야 할 당위성은 분명하다.그러나 실명제가 정착되는 과정은 명의신탁이 대다수 국민에게 불필요하게 여겨질 수 있는 각종 제도정비,상당기간에 걸친 광범위한 홍보,토지소유자들이 두려움없이 순응할 만한 여건조성을 전제로 한 것이어야 한다.명분을 앞세워 또는 토지소유자나 대기업에 대한 근거없는 반감으로 「원칙」만을 고수하고자 할 때 실명제는 폭넓은 지지를 받지 못할 것이며,법과 실제가 따로 노는 상태가 지속될수 있다.강경론자들이 내세우는 소위 원칙도 과거로부터의 모든 허물을 일부 불운한 사람들에게 책임지우는 결과를 가질 뿐이다.
실명제의 내용이 강경으로 선회한 논리중 하나는 과거에 법을 준수한 사람들과 그렇지 않았던 사람들간의 형평성문제다.그러나 실명전환기간중 요행히 조세시효 또는 전매금지기간이 만료되는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간의 형평성은 어떻게 할 것인가.
1991년을 전후로 부동산 가격이 하락세에 접어들고 실수요자위주로 거래가 이뤄졌음을 감안하면 주로 실수요 목적으로 부동산을 구입한 사람들이 불이익을 받을 것이다.과연 이들이 지난 30여년에 걸친 부동산 가격급등 문제의 책임을 져 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명의신탁은 부동산에 대한 과대한 규제들,또는 대기업이 부동산을 취득한다는 소문이 나면 몇 배씩 땅값이 뛰는 부동산 시장의특성상 개인은 재산 형성및 주거마련을 위해,기업은 용지를 확보하는데 광범위하게 이용돼 왔다.
이러한 관행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 일거에 이를 부정할 경우 많은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수 밖에 없다.필자는 그 많은 사람의 재산권을 박탈하는 것을 사법부가 용인하리라보지 않는다.
과도한 세금추징이나 처벌에 대한 두려움 없이 실수요자가 자신의 명의로 전환하는 한시적인 기간을 설정하고 정부가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해 법을 정착시키려는 노력이 실명제의 법률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 아닌가 한다.
어느 누구도 명의신탁의 총 건수가 얼마나 되는지,명의신탁으로부동산을 취득한 사람들중 얼마만큼이 상습적인 투기꾼인지 알지 못한다. 실명제는 칠흑같은 어둠속에서 추진되고 있다.이 어둠속에서 벌어지는 칼춤은 아무래도 불안하다.토지초과이득세가 그러했듯이 실명제의 칼날은 결국 선무당의 발등을 찍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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